[여기는 논설실] 코로나에 몸살 앓는 판교…그 미래는?

빅테크 기업들 밀집한 판교 밸리
'코로나 2차쇼크' 재택근무 전환

"팬데믹 종식되도 상권회복 난망"
집값은 긍정 및 부정전망 혼조
코로나 2차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내수 회복을 기반으로 3분기 중 ‘V’자 반등을 기대했던 정부로서는 뼈아프게 됐지요.

집 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지난 주말 새 서울 도심은 썰렁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국 주요 도시들이 대부분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2차 충격이 시작된 이후 그 악영향을 유독 심하게 받고 있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경기도 판교신도시입니다.

코로나發 재택근무 확산에 우는 판교 상권

판교는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비대면 근무에 매우 익숙한 판교 밸리 입주 기업들의 특성상 2차 쇼크가 확산되자마자 도시 전체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됐지요.

그러다보니 빅테크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동판교 상권의 타격은 다른 주요 도시에 비해 특히 더 심한 상황입니다. 재택근무도 재택근무지만, 그나마 출근하는 직원들마저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경우가 많다보니 최근 1∽2주 새 주간 평균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 절반 밑으로 고꾸라진 식당들이 많다고 합니다. 판교 상권이 매출이 다시 회복되려면,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가 100명 밑으로 내려가 안정을 되찾는 게 급선무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코로나가 종식 되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판교 상권이 코로나 발병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판교라는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최첨단을 달리는 빅테크 기업들이 즐비한 도시이기에, 더욱 궁금해지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판교 상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고 보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많지 않습니다. 비대면 근무가 가져온 비용절감 효과를 맞본 기업들 입장에서,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전원 출퇴근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상권은 그렇다 치고… 판교의 집값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판교 밸리에 근무하는 젊은 고소득층들이 밀려들어오면서 최근 집값 상승기에 판교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동판교 ‘대장주’로 꼽히는 백현동 한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05㎡짜리가 19억원에 거래돼 서울 핵심지 집값 못지 않은 ‘몸값’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판교 IT 기업에 근무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수요가 몰린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지요.

판교 집값의 미래는?

그런데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울에서 판교로 출퇴근할 일이 줄어든다면, 과거와 같은 풍부한 수요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NHN과 같은 기업의 경우 최근 자회사인 NHN토스트가 경력 개발자를 채용하면서 월요일과 목요일에만 하루 4시간씩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본사(판교)와 서울 간 장거리 출퇴근으로 힘들어하는 개발자가 많았다”며 “파격적인 원격근무 도입으로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둔 여성 개발자도 채용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하기도 했지요.

미국 뉴욕, 영국 런던의 시티 등에서도 비대면 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도심의 집값이 폭락하고, 되레 근교의 싼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선례가 한국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가정하면, 판교 집값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 전망도 나옵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바이러스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집과 직장, 레저 및 쇼핑시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하는 ‘15분 도시’(15-minute city)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런 흐름은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등을 중심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 도시는 코로나 충격에 따른 경기부진을 극복하고, 녹색도시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방편으로 15분 도시화(化)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합니다.

만약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의 대세가 15분 도시가 된다면, 직주근접형 도시인 판교의 가치는 더욱 빛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지요. 코로나 충격이 공간과 건축, 도시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전 세계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합니다.

그리고 도시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에 따라 집값의 향방도 결정되겠지요. 판교라는 도시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도시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가장 궁금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판교의 미래…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