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체 개발 협업솔루션 '브리티웍스'로 화상회의·일정관리 한번에

한 삼성 직원이 브리티웍스 ‘다자간 회의’ 기능을 활용해 비대면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SDS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삼성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업무를 하는 사례도 부쩍 많아졌다.

첫 대규모 재택근무 시범운영

삼성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그동안 재택근무를 꺼려왔다. 집에서 일할 경우 보안을 담보하기 어려운 업무가 많아서다. 지난 2~3월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도 임산부 등 일부 직원만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지침을 바꿔 재택근무 대상자를 대폭 확대했다. 세트(완제품) 부문에서 일하는 디자인, 마케팅, 영업 분야 직원을 대상으로 9월 한 달 동안 재택근무 제도를 시범운영한다. 본인 희망에 따라 집과 회사 중 한 곳을 골라 일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원의 범위를 폭넓게 잡았다”며 “시범 운영을 통해 보완할 점이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재택근무 방침을 바꾼 것은 사업장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서다. 코로나19가 장기간 기승을 부릴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재택근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역 가이드라인도 최근 들어 강화됐다. ‘가족 돌봄휴가’를 한도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20명 이상이 모이는 회의를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모이더라도 1.5m의 거리를 두라는 것이 핵심이다. 집합교육과 국내 출장도 제한하기로 했다. 직원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퇴근 버스를 증차한 것도 눈에 띈다. 버스를 꽉 채워 운행하면 코로나19에 노출되기 쉽다고 판단한 것이다.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주말에만 이뤄졌던 ‘모바일 문진’도 매일 한다.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살펴본 뒤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DT로 달라진 삼성의 일상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빼더라도 삼성 임직원들의 업무 방식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비대면 업무처리가 일상화되고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한 프로젝트가 늘어났다. DT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다.

주요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SDS가 자체 개발한 협업 솔루션 브리티웍스(그룹 내 명칭은 '녹스포털')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한다. 브리티웍스는 화상 회의, 메시징, 일정 관리, 파일 공유 등의 기능을 갖춘 협업 도구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전 세계 48만 명의 삼성 임직원이 이 도구를 사용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브리티웍스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삼성SDS 관계자는 “대면 회의가 어려워진 뒤 상당수의 삼성 직원이 브리티웍스 ‘다자간 회의’ 기능을 활용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패턴화된 서류 작업을 대신해 주는 RPA 소프트웨어도 삼성 임직원들의 일상을 바꾼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삼성SDS는 모든 부서의 업무에 RPA를 적용, 업무시간을 180만 시간 줄였다. 매일 전 세계 수백 건의 화물 위치 정보를 수집하고 시스템에 입력하는 업무 등을 RPA에 맡겼다.

디지털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집단지성 시스템인 ‘모자이크’를 활용해 외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 페어’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임직원들이 삼성의 온라인 집단지성 시스템인 ‘모자이크’에 접속해 스타트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살펴본 뒤 의견을 남기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모자이크는 업무 분야와 상관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이다. 타인의 아이디어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고, 직원들과의 토론도 가능하다. 직급이나 연공서열에서 자유로운 ‘디지털 토론의 장’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객들도 삼성전자의 DT 기술을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 서비스는 상담사가 고객 휴대폰 카메라로 제품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상담하는 ‘보이는 원격상담’을 운영 중이다. 고객이 상담사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링크를 클릭하고 영상 지원에 동의하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작동한다. 삼성 직원이 화면을 살펴보며 취해야 할 조치를 알려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