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료진 북한에 강제파견?"…"품격있는 '시무7조' 논쟁" [여의도 브리핑]

민주당 "새 지도부와 함께 혁신 나서겠다"
북한 의료지원 관련 與입법 비판한 통합당
'원세훈 중형'에 환영 메시지 낸 정의당
국민의당 "시무7조, 文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여의도 브리핑]은 각 정당이 주목한 이슈는 무엇인지, 어떤 공식 입장을 냈는지 살펴봅니다. 때로 화제가 되고 때로는 이슈 몰이에 실패한 정당의 말들을 집중 조명합니다. 매일 아침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신임 당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현충탑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새 지도부와 함께 혁신 가속하겠다"

'이낙연 체제' 출범과 함께 대변인단을 교체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총 3건의 논평을 냈습니다. △신임 지도부 출범 관련 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내용 △당 보직 인선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24살 박성민 청년 부대변인을 임명하는 파격 행보를 선보였는데요. 신임 지도부 출범과 관련한 민주당의 각오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은 수석대변인에 임명된 최인호 민주당 의원의 논평입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 : 정당 사상 첫 온택트 전당대회로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였습니다. 8·29 전당대회는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대의원 투표는 92.96%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보이며 조용하지만 힘 있는 전당대회로 기록되었습니다. 당원, 국민 여러분의 참여와 관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가장 시급한 코로나19와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를 해결하고, 이 전쟁에서 꼭 승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일상을 살피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고, 한국판 뉴딜의 속도와 효과를 높이겠습니다. 대전환의 시기에 만반의 준비를 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원칙 있는 협치를 보여, 통합의 정치에 나서겠습니다. 경제와 정치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가속화 하겠습니다. 민주당이 국민의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의 일상이 회복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당 "우리 의료진 강제로 북한에 파견?"

당명 개정 작업 절차에 돌입한 미래통합당은 같은날 총 3건의 논평을 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 단계' 도입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충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거덜 내고 있다는 주장 △통일부의 북한 퍼주기 정책과 여당의 관련 입법에 대한 비판 등이었습니다.

앞서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일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 제9조는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남한과 북한의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인력·의료장비·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통합당은 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다음은 통합당의 논평입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 :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해 시름에 빠져있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도, 정작 정부와 여당은 북한만을 바라보고 있고, 심지어 의료진을 물건 취급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통일부는 수해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북한에 퇴짜를 맞고, 제재대상인 기업과 물물교환을 추진해놓고서도 그 뜻을 굽히지 않더니, 한술 더 떠, 여당은 재난 시에 의료진을 '물건'처럼 차출하고, 아예 우리 의료진을 북한에 파견하겠다고 한다. 일방적인 구애와 무리한 물물교환도 모자라,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섰던 의료진을 물건 취급하고, 강제 징집하듯 동원하여 북한에 파견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지난달 27일에는 통일부가 북한기업이 국내주식, 채권, 부동산, 저작권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주식시장을 비롯한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북한에 일방적인 국내투자의 길을 허용해준 것도 문제이거니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 없는 북한을 두고도, 남북의 기업이 양측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는 규정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어느 국민을 위한 정부이고, 지금 이 정부여당의 정책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통일부와 여당이 그렇게 북한이 걱정되면 민주당이 이사를 추천하지 않아 4년째 표류하고 있는 북한 인권재단 이사추천절차부터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의료파업에서는 갈등을 유발하며, 정작 북한을 향한 끊임없는 구애를 하는 정부여당은 해당 법안들을 즉각 폐기하고, 경각에 있는 우리 국민들을 제발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원세훈 항소심 중형에 환영 메시지

정의당은 총 2건의 논평을 냈습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2심 선고에 대한 내용, 대법원의 '최저시급 인상 시 통상임금 인상은 당연하다'는 내용의 판결을 적극 환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재임 시절 벌인 각종 불법 정치공작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는데요. 다음은 정의당의 논평입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 민간인 '댓글 부대'에 국정원 예산 수십억을 지원하는 등 특수활동비 불법사용 및 정치개입,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심에서도 징역 7년을 받았습니다. 1심과 같은 징역 7년이라는 점에서 징역형이 후퇴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자행된 여론 조작과 반대 세력에 대한 불법적 탄압의 무지막지한 행태가 난무했던 것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격정지 형이 7년에서 5년으로 2년이 줄었다는 점도 씁쓸합니다. 이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너무 부족한 선고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으나 비공개 처리돼 논란을 빚었던 이른바 '시무7조 상소문'이 오후 공개로 전환된 지 하루만인 지난달 28일 동의 2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국민의당 "文정부, '시무 7조' 보고 느껴라"

국민의당은 2건의 논평을 냈습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시무 7조'와 림태주 시인 대한 논평, 비상시 북한에 우리 의료진을 보낼 수 있다는 내용의 여당 입법에 대한 비판 논평 등입니다. 국민의당은 '시무 7조'로 촉발된 논쟁을 "일찍이 정치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품격있는 논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음은 국민의당의 논평입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 : 상소문 형태로 정부 실정을 비판해 화제가 됐던 30대 민초라고 소개한 진인(塵人) ‘조은산’의 ‘시무(時務) 7조’와 이에 “졸렬하고 억지스럽다”라며 반박한 시인 ‘림태주’의 글까지 온 나라에 화제다.

그동안 신물 나는 정치권의 삼류 논쟁에 극한 혐오를 느끼고 있었던 국민은 암투와 멱살잡이 없이 지적 유희까지 곁들여 깔끔하게 자신의 간곡한 생각을 피력한 모습에 색다른 감흥을 느끼고 더 나아가 나름대로의 의견을 내며 온라인상에서 백가쟁명의 모습을 펼치고 있음이 신선하기까지 하다. 아마도 조은산은 역사에 깊이 심취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음직하고 가난하지만 그 어떤 부자보다도 당당하고 정의롭게 살아온 집안의 내력이 엿보인다.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상소문에 하교 형식으로 스스로 대통령이라 가정하여 이를 반박한 시인 림태주도 자기 나름대로 사상과 시각으로 현 정권 입장에 서서 조은산의 혹세무민을 꾸짖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은산의 재반박에 국민을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로 나누어서 가지지 않은 자로 편가르기 한 듯한 자신의 글을 반성하고 다시금 겸손한 모습으로 조은산의 충정과 애민을 칭찬하며 유종의 미로 서로의 입장들을 정리하는 신선한 모습에서 국민은 일찍이 정치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품격있는 논쟁에 열광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광복 75년이 지난 지금, 나라 구석구석 사회주의의 속성이 독버섯처럼 만연해지고 분열과 갈등이 초래되어 남의 탓하기 바쁜 세상이 되었다. 국회에서의 집권 여당의 폭주,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자들의 불공정한 내로남불, 권력의 비호 아래 무조건 용서되는 성범죄자들, 오랜 세월 국민의 혈세를 빨아들여 자신들의 배를 불린 시민단체들의 뿌리 깊은 부패, 수십 차례 드러난 무능으로 일관된 정책의 실패,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비상시국에 임할 의료전사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채찍을 휘두르는 오만한 배짱과 툭하면 국민을 입에 담아가며 언론을 부추겨 호도하는 뻔뻔함까지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고달픔을 시인 림태주의 글에서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너무도 바쁜 나머지 정녕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왜 현 정권을 두고 진보의 탈을 쓴 극우라고 칭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지, 적폐를 처단한 집단이라고 자부했던 현 정권을 향해 신 적폐세력이라고 지칭하는지, 주변 가신들은 늘 스스로를 경계하고 국민에게서 시선을 떼어선 안된다. 예로부터 가신들이 간신이 되면 왕은 국민을 잊고,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만 심취하여 결국엔 나라를 퇴보시키고 국민을 엄청난 위험에 빠져들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저 일개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 한 사람의 상소문 따위로 폄훼하지 말고 눈을 가리는 간신을 경계해야 하며, 남아있는 국정 수행만큼은 올바른 길을 찾아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길 간절히 바란다. 애국 애민의 마음과 대통령을 향한 애정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낸 조은산의 글이 적절한 순간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임을 반드시 명심하시라.

정직한 부모님의 신념 아래 스스로 벌어먹었으며, 가진 자를 탓하며 더 내놓으라 아우성치지 않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살아온 선량한 조은산의 글이 그저 국민에겐 작은 위안으로, 현 정권에겐 달갑지 않은 공허한 글로 끝나버릴까 걱정이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