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였던 철근이 효자로…철강 1·2위보다 더 번 동국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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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수요 늘어 가격 꿋꿋상반기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을 가른 제품은 ‘봉형강’이다. 이 제품은 몇 년 전까지 저렴한 중국산 제품에 밀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올해 상황은 정반대다. 건설용 철강자재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봉형강은 ‘막대기 모양의 강철’로 건설과 기계용 제품을 함께 일컫는다. 단면이 ‘I’ 또는 ‘H’ 모양이다.
원재료 고철도 안정된 시세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수용 철근 가격은 t당 464달러(약 55만원)로 최근 석 달간 12.9% 올랐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 프로젝트를 늘리면서 건설용 철강재 수요가 급증했다. 반면 열연 강판 가격은 보합세에 머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선박 등에 쓰이는 열연 강판 수요가 줄어든 여파다.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작년 월평균 60만t에 달했지만 올 들어 10만t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내부 수요가 늘자 수출 물량을 줄인 것이다. 국내에 기반을 둔 철강업체로선 경쟁자가 사라진 셈이다.
매출의 50%를 봉형강 사업에서 내고 있는 동국제강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900억원의 ‘깜짝 실적’을 거뒀다. 업계 1, 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보다도 많은 돈을 벌었다.
원재료 가격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열연 강판은 철광석을 고로(용광로)에 녹여 제조한다. 반면 봉형강은 고철을 전기로에서 녹여 만든다. 철광석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차질로 t당 127달러를 기록, 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고철 가격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기로를 사용한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24시간 내내 돌려야 하는 고로와 달리 필요할 때만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철광 시황이 불안할 때 유리하다.철강업계에서는 3분기에도 봉형강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지만 올해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며 “당분간 봉형강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