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대신 선물 보내요"…한우세트 주문 2배로

'코로나 추석…유통업계 선물 예약 급증

현대백화점, 85만원 한우세트
인터컨티넨탈은 250만원 한정품
롯데호텔도 문의 30% 급증
"법인들 사전예약 더 늘어날 듯"
인터컨티넨탈의 79만원짜리 ‘셰프 특선 차례상’.
올해 추석연휴(9월 30일~10월 4일) 귀향길은 기약하기 힘들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향으로 이동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 명절 동안 가족끼리 얼굴 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찍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추석 선물세트 예약 주문이 몰리고 있다. 올해는 백화점과 호텔 등에서 준비한 50만원 이상 고급 선물세트에 예약 주문이 크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고가 축산·주류 선물세트 인기

인터컨티넨탈의 79만원짜리 ‘셰프 특선 차례상’.
현대백화점이 8월 중순부터 사전 예약 판매에 들어간 ‘현대 명품 한우 매(梅)세트’와 최고급 한우에 송로버섯 소금 등을 더한 ‘넘버나인 프리미엄세트’ 가격은 각각 85만원, 75만원. 추석 선물세트 중 최고급에 속한다. 이 백화점에서는 이들 제품을 포함해 50만원을 넘는 프리미엄 한우세트 예약 판매가 지난 14일부터 3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추석 선물세트의 예약판매 매출 증가율(52%)의 두 배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프리미엄 추석 선물세트가 전체 선물세트 실적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다시 급격하게 퍼지자 추석 때 고향에 가는 대신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고급 선물세트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1일부터 30일까지 한우 등 축산 선물세트 매출이 196%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과일 선물세트는 121%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추석 선물세트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는 오는 7일부터는 프리미엄 상품을 지난해보다 30% 늘릴 예정이다.신세계백화점도 지난 24~30일 고가 추석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가 3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가격대가 높은 축산과 주류 선물세트 매출이 각각 120.7%, 122.1% 증가했다. 이마트에서는 20만원 이상인 프리미엄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100% 늘어 전체 증가율(57%)을 크게 웃돌았다.

개인들만 마음을 전하는 건 아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전 예약 기간에는 법인들의 예약도 많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기업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판매가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업 관계자들도 대면 접촉을 피해야 하는 현실에서 추석 선물세트에 공을 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본격적으로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9월 초부터는 매출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호텔 “직원이 집 앞까지 배달”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호텔 추석 선물세트도 인기다. 호텔은 명절 선물도 가장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엄선해 가격대가 높다. 호텔들도 코로나19에 맞춰 비대면 배송을 해주는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롯데호텔은 지난 24일부터 서울 롯데호텔과 잠실 롯데호텔월드를 시작으로 추석 명품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롯데호텔과 롯데호텔월드는 인기 상품인 ‘프리미엄 한우’와 ‘한우 갈비 세트’ ‘프리미엄 횡성한우 세트’ 등을 판매한다. 가장 비싼 한우 제품은 100만원이다. 울산 롯데호텔도 27일부터 ‘명품 한우 등심’(40만원)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울 롯데호텔 관계자는 “24일부터 1주일간 추석 선물세트에 대한 문의가 지난해 추석 사전판매 기간보다 하루평균 30%가량 많다”며 “20만원 이상 주문하면 호텔 직원이 문 앞까지 배달해준다”고 밝혔다.

서울 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과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도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시작했다. 가장 고가 세트는 ‘최상급 한우 암소와 자연산 능이버섯 세트’다. 가격은 250만원으로 15세트 한정 판매한다. 추석 차례상 세트도 처음으로 내놨다. 인터컨티넨탈호텔 한식 전문 셰프가 국, 육전, 도미전 등 아홉 가지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호텔 직원이 배송한다. 가격은 79만원이다.

인터컨티넨탈호텔 관계자는 “호텔 추석 선물세트는 이전에는 1000만원이 넘거나 수백만원짜리 초고가 세트로 이목을 끌었지만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가격대 상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