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형' 넘어섰다…문재인 정부서 힘 세진 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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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예산의 2배, 인력도 많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민국 동행세일’의 주관 부처를 놓고 고심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한 대형 행사였다. 당초 국내 최대 쇼핑 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행사를 주관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지휘봉을 잡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산업부가 코로나19 사태로 행사를 개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미적거리는 사이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우리가 해보겠다’고 적극 밀어붙인 결과”라고 말했다.
中企·소상공인 우대 정책 속
박영선 장관 파워로 입김 세져
스마트공장 등 정책 주도
정부 19개 부처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부(部)로 승격해 ‘막내 부처’로 통하는 중기부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960년 상공부(현 산업부)의 ‘중소기업과’로 출범한 중기부는 60년 만에 예산은 물론 인력에서도 모(母)부처인 산업부를 뛰어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 수요가 커지면서 격차를 더 벌려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부보다 커진 인력과 예산
31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중기부 공무원 수(정원)는 1383명으로 산업부(1373명)보다 10명 많다. 2017년 7월 부로 승격되기 전 중기부 인력은 1245명으로 산업부(1288명)보다 적었지만 지난해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난 뒤 올 들어 산업부를 확실히 따돌렸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중기부의 2020년 예산은 19조9880억원으로 산업부 예산(10조2574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2017년 본예산 기준으로 산업부보다 22.4% 많았던 중소기업청 예산은 부로 승격하면서 매년 커져, 3년 반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중기부가 이 같은 인력과 예산을 지원받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산업 정책의 무게중심이 대기업을 벗어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 근로자의 88%를 차지한다. 여당 중진 의원 출신인 박영선 장관의 역할도 컸다는 게 중론이다. 힘 있는 장관이 급속도로 중기부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박 장관이 ‘스마트’ 관련 사업이라면 다 자기 것이라고 하며 영역을 침범한다”며 “업무 협력의 결과를 독자적 성과처럼 포장하기도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불거지는 부처 간 알력
중기부가 ‘스마트 제조 혁신’,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등 정책을 주도하면서 다른 부처의 견제도 커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해 6월 한 회의에서 스마트공장 정책 주도권을 놓고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박 장관 간 언쟁이 벌어지자 이를 말리느라 진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장관은 산업부가 섬유패션산업과 관련한 제조공정을 혁신하는 정책을 발표하자 중기부 영역을 침범했다고 항의했다. 박 장관은 “아직도 중기부가 산업부의 ‘작은집’인 줄 아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한 전직 산업부 관료는 “경제장관 회의에서 박 장관의 발언 빈도가 (성 장관에 비해) 2~3배가량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산업부 내부에선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처의 불만이 쌓이면 ‘포스트 박영선’ 체제에선 중기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떠오르는 기업銀·KOTRA 이관 문제
중기부 업무 영역에 대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부처별 산하기관 조정 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중기부가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을, 산업부로부터 KOTRA를 넘겨받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부와 금융위의 필사적인 반발로 기술보증기금만 넘겨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국회에선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을 중기부로 이관하는 법안을 물밑에서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KOTRA를 가져오는 방안도 수면 아래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도성 중소기업정책개발원장은 “부처 간 업무영역의 문제는 조직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민 관점에서 무엇이 이득인지를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안대규/성수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