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내세운 통합당…"이념 벗어나 중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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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당명 '국민의힘' 채택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의힘’을 새 당명으로 낙점한 배경엔 기존의 ‘기득권 정당’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보수진영이 채택해온 ‘자유’ ‘공화’ 등의 단어를 쓰는 대신 중도·진보 진영이 써 온 ‘국민’을 내세운 것도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보수 진영의 '자유·공화' 대신
중도·진보가 써 온 '국민' 선택
'기득권 정당' 이미지 탈피 의지
김종인 "이념이 사라진 시대
국민 뜻 받들어 새 기회 창출"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재탄생”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31일 의원총회에서 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국민의힘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이념이라고 하는 게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 더 이상 이념적인 측면에서 당명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며 “시대 변화에 맞는 국민 의견을 청취해 새 기회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당명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국민’이라는 단어는 그동안 중도·진보 진영에서 자주 활용해온 단어다. 하지만 통합당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당명을 공모한 결과 ‘자유’ ‘한국’ ‘공화’ 등보다 ‘국민’을 담은 제안이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혜 대변인은 “국민이라는 단어는 어느 진영이나 이념에 속한 게 아니라 헌법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공모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간절한 소망을 읽을 수 있었고 당명에 반영했다”고 말했다.당 이름이 교체되면 보수정당의 당명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섯 번째로 바뀌게 된다. 보수정당은 그동안 위기 때마다 재창당과 당명 교체 등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고 21대 총선을 앞두고선 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배준영 대변인은 “과거와 결별하고 약자와 동행하는 진취적인 정당이 되겠다는 뜻을 담아 당명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총에선 치열한 논쟁도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의총엔 새 당명과 함께 1호 정강·정책으로 기본소득 안건이 올라오면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김태흠 의원은 “국민의힘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며 “가치적 측면에서도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명이) 좋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예전에 다른 당이 썼던 적이 있었다거나 약칭은 뭐냐는 식의 다른 의견도 나왔다”며 “정강·정책 중에는 ‘4선 연임 금지’ 조항에 대한 반대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9월 1일 의총을 다시 소집하고 정강·정책에 대한 추가 의견을 듣기로 했다.김종인 비대위가 예고한 고강도 당무감사에도 불만을 가진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위한 대규모 인적 쇄신을 준비하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우파 성향이 강한 당협위원장은 당무감사 칼날에 버티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많다”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새 당명과 정강·정책을 전국위원회에서 부결시킬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통합당의 새 당명은 1일 상임 전국위와 2일 전국위를 거쳐 확정된다.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다른 시민단체나 정당의 이름을 도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백한 이름 훔치기”라며 “‘국민의 힘’에 의해 탄핵당한 세력들이 무슨 국민의 힘을 운운하나. 국민의 짐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대표에 ‘러브콜’?
일각에선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이 안철수 대표가 있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연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당은 안 대표를 향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보수진영 후보로 출마해 달라는 ‘러브콜’을 연일 보내고 있다. 통합당으로선 안 대표가 상징하는 중도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는 데다 재보선 경선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의 새 당명이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논리라면 국민이 들어간 모든 당이 합당해야 하지 않냐”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통합당 서울시장 후보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