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마자 리콜" 생산 1년 됐는데 '신차'?…푸조 "2020년형 모델이라 문제없어"

전문가들 "고지 의무 안 했다면 논란 소지 있다"
푸조 측 "2020년형 모델…판매에는 문제없다"
지난해 3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 패스트백 세단 뉴 푸조 508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푸조의 중형 세단 508 모델을 구매한 직장인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차를 인수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수리를 받으라며 리콜 통지서가 날아온 것이다. 곧바로 차량 등록원부를 떼어본 A씨는 제작된 지 1년 넘은 차량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딜러에게 새 차로 교환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보증기간 연장을 해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1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A씨는 올해 7월29일 신차 구매를 위해 서울 강동구 소재 푸조 공식 딜러 전시장을 찾았다. 지인 소개로 매장을 찾은 A씨는 이튿날 푸조 508모델을 구매 계약했다. 차량은 8월1일 수령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달 19일. 갑자기 A씨 앞으로 리콜 통지문 한 장이 날아왔다. 신차인데 리콜 대상자란 점에 의아함을 느낀 A씨는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 자동차 등록원부를 뗐다. 그 결과 A씨는 구매한 신차가 지난해 7월25일 제작된 차량임을 알게 됐다. 수입신고필증을 확인해보니 해당 차량은 지난해 10월 평택항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다.A씨는 차량 구매 과정에서 생산 날짜에 대한 고지를 받지 못했다. A씨가 항의하자 판매 딜러는 "몰랐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해당 지점장은 "장기재고는 제작 일자 기준이 아닌 한국에 들어온 날짜가 기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푸조가 패스트백 세단 508 GT라인 트림의 모습. /사진=한경DB

전문가들 "관련 사실 고지 않은 판매자 문제"

전문가들은 차량 제작 및 입항 시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판매를 한 부분과 이를 알면서도 모른척한 딜러 모두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현행 자동차관리법 8조의2(자동차제작·판매자등의 고지의무) 2항에 따르면, 자동차제작·판매자 등은 자동차를 판매할 때 제작사의 공장 출고일 이후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에 대해 구매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문제가 명확하다. 리콜 대상 차량은 리콜에 대한 처리까지 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한다. 리콜 대상인데도 소비자에게 고지 안 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딜러가 해당 사실을 모르고 판매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지사들이 각 딜러사들에게 통보를 해주는 게 중요하고, 일선 딜러들도 숙지하고 구매자들에 정확히 알려야 한다. 실수가 명백하면 구매자가 납득할 보상을 해주는 게 맞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 : 자동차 판매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고지 의무가 있다. 새 차를 사는 과정에서 누구한테 팔렸다든지, 인수 거부가 됐다거나 문제가 있어서 수리한 내용이 있다면 하면 반드시 사안을 고지해야 한다.
푸조의 한국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가 2017년 8월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 오픈한 '뉴 SUV 푸조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전시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푸조 측 "2020년 차량 모델이라 문제없다"

푸조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에 2020년형 모델을 소개 및 판매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자동차는 통상적으로 생산 연월이 아니라 연식으로 구분한다. 해당 고객이 구입한 차량도 2020년형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판매하는 다른 모델들도 동일하다. 고객이 원하는 트림과 색상을 고객 확인 하에 2020년도 차량임을 고지하고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푸조 측은 이와 관련해 "고객의 차량 등록일이 7월 말, 그로부터 20일이 지난 8월19일에 리콜 고지가 있었다"면서 "리콜 대상 차량임을 인지하고도 고객에게 별도 고지 없이 판매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