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수사 중단 권고에도 이재용 기소 강행한 검찰

검찰, 이재용 등 전현직 임원 11명 재판에 넘겨
1년9개월 걸쳤던 수사 마무리…이제 공은 법원에
두 달 동안 전문가 의견 청취한 검찰, 기소 결론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걸린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도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1년9개월 걸쳤던 수사…이재용 재판 넘기기로 결정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경영권 승계·지배력 강화를 위해 진행된 조직적인 불법 행위라고 의심하고, 지난 1년9개월여간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불법이 의심되는 행위들을 각각 기획·실행한 주체를 파악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그룹 수뇌부가 어디까지 보고받고 지시 내렸는지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은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삼성 계열사 경영진들이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을 찬성한 것을 배임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 측은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는 없었으며, 이재용 부회장이 주가 관리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에 대한 외부 판단을 듣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6월26일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의혹 기소가 적절치 않다는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검찰이 수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를 검찰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사심의위 결론 이후 두 달간 전문가 의견 들었지만…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론이 나온 뒤 약 두 달간 경영학·회계학 분야의 교수와 전문가들을 불러 수사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영장 기각과 수사심의위 권고로 제동이 걸린 만큼 기소 대상과 범위를 고심한 것이다.

검찰은 중간 간부 인사에서 수사팀장인 이복현 부장이 포함되면서 오는 3일 인사 발령 이전에 수사를 매듭짓겠다는 방침이었고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이후 법률·금융‧경제‧회계 등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사내용과 법리, 사건처리방향 등을 전면 재검토했다"며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수사전문가로 구성된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 기소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