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석탄 산업 본향인 강원 태백지역에서 석탄을 공식적으로 생산한 시기가 100년 전인 1921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태백지역에서 석탄을 최초로 생산한 시기는 이보다 15년 후인 1936년으로 알려져 있다.
1936년은 일제강점기 삼척개발주식회사가 장성갱을 개발한 시점이다.
장성갱은 현재 태백시 장성동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이다. 대한석탄공사가 2001년 펴낸 '대한석탄공사 50년사'에는 "(삼척개발주식회사가) 1936년 11월 장성∼철암 간 운 탄선로인 전차갱을 착공하면서 (석탄) 생산이 시작됐다"고 기록돼 있다.
◇ "근거는 1941년 조선총독부 편찬 조선광구일람" 그러나 김강산(71) 태백향토문화연구소장은 "태백에서 석탄 생산의 시작은 1936년 11월이 아닌 1921년 1월이다"며 "그 근거는 조선광구일람(朝鮮鑛區一覽)의 기록이다"고 말했다.
조선광구일람은 조선총독부 식산국 광정과에서 우리나라 지역별 광산을 광산명, 광종, 광구면적, 광업권자, 주소 등을 정리해 1941년 편찬한 책이다. 그는 "조선광구일람에는 1921년 1월부터 삼척탄광에서 석탄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삼척탄광은 장선광업소의 전신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록에 따르면 광도(鑛都) 태백을 만든 석탄생산 역사는 2021년 1월 100주년을 맞게 된다"며 "태백을 석탄 산업 성지로 만드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석탄 산업 역사 정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백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올해 5월 '석탄 산업 전사 추모 및 성역화 추진위원회' 창립 발기인 대회 및 창립총회를 하는 등 태백을 석탄 산업의 성지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의 지적처럼 태백시청 홈페이지에는 "1933년 4월 1일 일본 전력재벌이 삼척개발주식회사를 설립해 장성지역의 석탄을 개발함에 따라 장성지역의 인구 증가 등으로 1935년 황지동의 면사무소를 장성동으로 옮겼다"는 내용만 기록돼 있다.
◇ "산업 유산으로 물려주려면 먼저 역사 정립해야" 태백시는 2006년 펴낸 '민선 3기에 되돌아본 태백의 어제와 오늘'에서 "태백시에 탄광이 처음 설립된 것은 1935년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백의 어제와 오늘은 석탄 산업의 기원에서부터 태백시 개청, 석탄 산업합리화 시행, 민선 시대 개막,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2000년대 초반까지 태백 역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김 소장은 1일 "실수는 잘못이 아니지만, 실수를 알고도 바로잡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며 "특히 역사는 새로운 사실이 나타나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석탄 산업을 산업유산으로 후세에 물려주려면 잘못 기록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태백에서 1921년부터 석탄이 생산됐다면, 100주년인 내년은 태백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