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제조기'? '친한파'?…日 차기총리 1순위 '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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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요 정계 파벌 "스가에 힘 실어줘야"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사진)이 가장 유력하다는 현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안중근은 범죄자"…'망언 제조기' 별명도
호사카 유지 교수 "한일관계 개선 기대가능"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에 오를 경우 과거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로 규정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여왔던 터라 한일 관계가 쉽사리 개선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가 원래 친한파여서 양국 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정계 파벌들 잇따라 스가 지지 선언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은 1일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관방장관이 각 파벌 지지를 확보해 우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 파가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기로 한 것을 비롯, 전날까지 자민당 국회의원 중 스가 지지 세력이 약 60%에 달했다.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번 총재 선거가 스가 관방장관을 축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마이니치 신문도 스가에 대한 지지가 대세가 됐다고 분석했다.
또 전날엔 호소다파(98명)가 간부 회의를 열어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한다는 방침을 표명했고, 아소파(54명)를 이끄는 아소 다로 부총리 역시 스가에 대한 지지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호소다파 회장인 호소다 히로유키 전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 내각 계승이라는 의미에서 (스가 관방장관에게)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지지 배경을 밝혔다.뿐만 아니라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47명)도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기로 했다. 이들 세 파벌의 국회의원 수만 합해도 자민당 국회의원(394명)의 절반을 넘는 199명에 달한다.
아울러 당내에는 파벌에 속하지 않고 스가를 지지하는 이른바 '스가 그룹'도 30명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와 정반대…'흙수저 정치인'
스가 관방장관은 1948년 아키타현 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고교 졸업 후 도쿄로 상경해 박스 공장, 쓰키지 시장 등에서 막노동을 하다 또래보다 2년 늦게 호세이대 법학부에 입학했다.학업을 마치고 전기설비 회사에 취직한 그는 정치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해 1975년 중의원 의원이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의 비서가 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오코노기의 선거구는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였다. 아키타 출신으로 아무 지연이 없었던 그는 11년간 비서로 근무한 후 두 차례 요코하마시 의원을 지냈다. 이후 1996년 10월 만 47세의 나이로 중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외조부가 총리를 지냈고 외무상 경력의 부친 지역구를 물려받은 아베나 차기 총리 라이벌로 꼽히는 3대 세습 정치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에 비하면 스가 장관은 속칭 '흙수저 정치인'으로 통한다.
국회 입성이 늦은 탓에 중의원 8선으로 주요 주자 3명 중 가장 당선 횟수가 적지만 나이는 만 71세로 가장 많다.
그는 아베 총리가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해 1차 집권기(2006년 9월26일~2007년 9월26일) 1년 만에 사퇴하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재기를 촉구하고 지지한 인물로 꼽힌다. 현지에서는 '아베의 복심'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스가 관방장관에 대한 이미지는 관저에서 하루 두 번 열리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집요한 질의를 무표정하게 받아넘기는 모습으로 요약된다. '웃지않는 대변인'이란 별명은 이 때문에 생겼다.
2017년 '도쿄신문'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끈질긴 질문을 못 이기고 도쿄신문에 "추측에 근거한 부적절한 질문을 반복한다"며 해당 기자를 기자회견에 보내지 말라고 요구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같은 고압적 태도는 모치즈키 기자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신문기자'라는 작품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한국 배우 심은경이 주인공으로 나온 이 영화는 작년 일본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일관계 어떻게 되나
현지에서 스가 장관의 대세론이 굳혀지자 국내에서는 양국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힘을 잃는 모습이다. 스가 장관은 2013년과 2014년 안중근 의사를 각각 '범죄자',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며 수 차례 망언을 해 '망언 제조기'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그는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1993년 위안부 강제동원을 사과하는 '고노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강제연행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는데도 (인정한 것은)큰 문제였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9월에는 TV아사히에 출연해 "한일관계가 꼬인 건 전부 한국에 책임이 있다"며 자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 때문에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오랜 기간 아베 총리와 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총리가 돼도 1년간의 임기 동안 아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반면 다른 시각도 있다. 귀화 한국인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KBS 인터뷰에서 "스가 장관은 아베와 한 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원래 친한·친중파"라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 기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