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잡는 해병대? 6개월간 만지고, 때리고…'집단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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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위 시늉하고, 소변 보는 가혹행위도해병대에서 여러 선임병이 후임병을 때리고 성추행하는 등 집단적으로 괴롭혔다는 폭로가 나왔다. 강제추행과 집단 괴롭힘이 6개월이나 지속됐다는 점에서 해병대의 관리 감독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괴롭힘 참고 "감사합니다" 말하도록 강제
군인권센터는 1일 입장문을 통해 "해병대 1사단에서 복무 중인 A 일병은 상병 1명과 병장 3명에게 성고문에 가까운 수준의 성희롱과 성추행, 폭행 등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6개월 하루도 빠짐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센터에 따르면 현재 전역한 B 병장은 복무 당시 A 일병이 '허락 없이 창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30여분에 걸쳐 뒤통수 수십대를 가격하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며 얼굴에 들이대는 등 엽기적이고 성적인 괴롭힘을 지속했다.
B 병장의 전역이 가까워지자 자신의 후임인 C 상병에게 피해자를 인계했다. 실제 C 상병은 B 병장 전역 후 A 일병을 상대로 구타와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C 상병은 하루에 10번 이상 '담배를 피우러 가자'면서 A 씨의 신체 부위를 만지고 폭행했으며, 생활반에서는 A 씨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하는 시늉을 하고, 샤워실에서 피해자에게 소변을 보는 등 가혹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선임병들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댈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도록 강제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B 병장이 전역한 뒤 A 씨는 매일 아침점호부터 소등 이후까지 생활반 및 건물 복도 등에서 시장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이는 해당 부대의 최선임 해병인 D 병장과 E 병장이 괴롭힘을 부추기거나 동조한 탓"이라고 밝혔다.
또 "공개된 장소인 흡연장, 복도, 계단 등에서도 괴롭힘이 이어졌지만 소속부대 간부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병영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군인권센터와 상담을 진행하자, 대대장이 이를 방해하고 피해자를 압박하기도 했다"면서 "해병대는 해체를 각오하고 인권 신장을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A 씨의 의사에 따라 지난 7월 말 가해자 4명을 군형법상 강제추행과 특수강제추행 및 상습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이 가운데 전역한 B 병장을 제외한 3명은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해병대 사령부는 "지난달 21일 가해자 중 현역 3명을 강제 추행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면서 "가해자 중 1명인 전역자에 대해서는 관할 경찰서에 사건을 이첩했다"고 말했다.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철저히 조사해 조치하겠다"면서 "가혹행위, 병영 악습, 성폭력 등 부대 관리 전반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면서 병영문화 쇄신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