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의붓아들 밀쳐 숨지게 한 계부, 끝까지 '젤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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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 과정서 말때꾸…"버릇없다" 머리 밀쳐5살 의붓아들을 밀쳐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전문의들 "강한 외력에 의한 충격" 한목소리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40)에게 이같이 판결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올해 2월23일 오후 7시45분께 자신의 집 거실에서 의붓아들 B 군(5)을 세게 밀쳤다.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힌 B 군은 뇌에 큰 충격을 받았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닷새 후인 28일 오후 끝내 숨졌다.
2017년 11월 B 군의 친모와 재혼한 A 씨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외가에 살던 B 군을 데려와 함께 지냈고, 조사 결과 B 군을 훈육하던 중 B 군이 말대꾸를 하고 비웃는 표정을 짓는 등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A 씨는 재판에서 "아들 머리를 세게 밀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또 "사건 당시 아들 입안에서 젤리를 꺼냈는데 아들이 젤리로 기도가 폐쇄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거나, 사건 발생 전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머리를 부딪치는 등 다른 원인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검찰로 사건이 송치돼 조사받을 때까지 피해자 입에서 젤리가 발견된 사실과 그로 인한 질식 가능성에 대해 단 한번도 언급한 적 없다가 검찰 조사 단계에서 처음으로 젤리 이야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 체포 및 구속까지 된 피고인이 중요한 사망 원인으로 보이는 내용을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 부검의, 소견서를 작성한 의사 등 전문의들은 모두 B 군이 기도 폐쇄로 스스로 넘어져 그 정도 외상을 입을 가능성은 극히 낮고, 머리에 가해진 훨씬 큰 외력에 의한 충격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공통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방어능력 없는 5세 아동에 대한 범행인 점, 뇌가 한쪽으로 쏠릴 정도의 심한 폭행을 가한 점,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죄책에 상응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