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WTO총장, 아프리카 女후보 2명이 선두"…한국은?

"유명희 본부장, 다소 출발이 늦었지만 적극적으로 지지세 확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에서 아프리카 여성 후보 2명이 앞서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다소 출발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 총장 선출까지 난항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아미나 모하메드 전 케냐 외무부장관(사진 왼쪽)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부장관(사진 오른쪽)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출신자와 여성이 WTO 사무총장을 맡은 적이 없기 때문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모하메드 전 장관은 2015년 WTO 각료회의 의장을 맡아 농산물 수입보조금의 철폐 합의를 이끌어낸 경력이 있다. 케냐 정부도 지난달 온라인으로 각국에 지원을 호소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은 WTO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의 연계전략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트위터에 "WTO의 규정에 의해 누구라도 부담없는 가격에 코로나19 백신을 입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 다 약점은 있다.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은 무역협상을 담당한 경험이 적어 WTO의 운영능력이 의문시된다. 모하메드 전 장관은 일부 회원국들이 "2015년 각료회의 당시 밀실 협의를 강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또 다른 여성후보인 유명희 본부장에 대해 "아프리카 여성 후보들에 비해 출발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대립하고 있는 일본에도 협력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지세를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성 후보 가운데는 헤수스 세아데 전 멕시코 외무차관이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교섭을 담당하는 등 무역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과 고령(73세)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WTO는 오는 7일부터 164 가맹국을 대상으로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1라운드를 시작한다. 총 8명의 후보 가운데 1라운드에서 적어도 3명, 2라운드에서 또다시 3명을 탈락시킨다. 최종 2명의 후보를 놓고 3라운드에서 전원 일치로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원칙적으로 투표는 실시하지 않는다. 오는 11월까지 새 사무총장을 선출할 계획이다.중국은 인프라개발 등을 통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프리카 후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WTO의 주도권을 쥐려는 미국은 중국이 미는 후보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