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겨냥해 "박근혜 사람 커밍아웃"…선 넘는 與 인사들

2차 긴급재난지원금 두고 홍남기·이재명 설전
'친문' 인사들, 이재명 지원사격하고 나서
진성준 "홍남기 경솔"…최배근 "박근혜 사람의 커밍아웃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에 따른 대도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가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친문(문재인 대통령)' 인사들이 이재명 지사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나라 곳간'을 지키려는 홍남기 부총리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출신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홍남기 부총리에 대해 "경솔하다"고 했고, 더불어시민당 출신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 4기 수장의 커밍아웃"이라고 비판했다.홍남기 부총리는 전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50번,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이재명 지사의 발언에 대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내 인터뷰도 보지 않고 비난하느냐"며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비꼬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산업 재건과 경쟁력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진성준 "분별없이 통합당에 동조"…최배근 "주술에 빠졌나"

진성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2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론에 대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며 '철이 없다'는 임이자 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맞장구를 쳤다. 참으로 경솔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며 "언행에 신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이어 "홍남기 부총리는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분이니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소신이 있을 법도 하다"며 "그렇다면 자신의 논거를 들어 입장을 밝힐 일이지, 분별없는 비난에 동조할 일이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홍남기 부총리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에 맞춤형 지원을 하자는 입장인 만큼, 규모와 정도만 다를 뿐 재정이 민생위기 극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이론이 없을 줄 안다"면서 "저는 기왕에 2차 재난지원금을 중하위 소득계층에 지급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 국민 지급론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최배근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홍남기 부총리가 주술에 빠진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 4기 수장의 커밍아웃인가"라고 했다. 이어 "경제 이론적으로 이재명 지사의 발언에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9회계연도 결산 부별심사를 위해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홍남기, 내 인터뷰도 안 보고 비난"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31일 "(제 발언은) 재정 건전성 때문에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 못 하는 건 아니라며 지급 여력이 충분함을 강조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 발언을 비틀어 제가 '재난지원금을 100번 지급하자'거나 '100번 지급해도 재정 건전성이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00번을 지급해도 서구선진국 국채비율 110%에 도달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 재정 건전성이 좋으니 한번 추가 지급할 재정 여력은 충분함을 강조한 발언임을 정말로 이해 못한 것인가"라며 "사사건건 정부 정책 발목 잡고 문재인 정부 실패만 바라며 침소봉대 사실 왜곡 일삼는 통합당이야 그렇다 쳐도 정부 책임자인 홍남기 부총리께서 국정 동반자인 경기도지사의 언론인터뷰를 확인도 안 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하신 건 당황스럽다"고 강력 비판했다.그는 "설마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과 비난에 동조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며 "재정 건전성 걱정에 시간만 허비하다 '경제 회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국민 4분의 1이 넘는 1370만 경기도민의 위임을 받은 도정책임자로서 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 의견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존경하는 홍남기 부총리께서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