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믿고 6조원 조달 나선 테슬라 [이고운의 머니백]

미국 전기자동차기업 테슬라가 1일(현지시간) 최대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유리한 시기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야심을 구체화하는 ‘실탄’을 확보하는 차원입니다. 공장 확장 및 신제품 연구개발(R&D), 재무구조 개선 등에 투입될 전망입니다.

테슬라가 추진하는 유상증자란 무엇인가요


유상증자란 기업이 주주 또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고 신주를 발행하는 행위입니다.현재로서는 테슬라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게 될 신주 수를 알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확정 발표된 사항은 테슬라가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50억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 뿐입니다. 지난달 31일 종가(498.32달러) 기준으로는 1003만여주의 보통주를 추가 발행하면 50억달러를 모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테슬라 주가가 더 상승하면 신주를 더 적게 발행해도 되고, 하락하면 반대로 더 많은 신주를 찍어내야 목표한 50억달러를 모을수 있게 됩니다.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현재 테슬라 시가총액의 1% 가량에 해당합니다.

기업이 유상증자를 발표할 때 기존 주주들이 가장 걱정하는 희석률도 결국 앞으로 테슬라 주가 향방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1일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 주가가 전날보다 4.67% 하락한 이유도 희석률에 있습니다.
최근 6개월 동안 테슬라 주가.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1일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4.67% 하락했다.

테슬라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나라 상장사의 유상증자 계획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세부내역까지 자세히 공개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유형은 주주에게 한 주당 특정 비율로 유상증자 신주를 배정한 다음 잔여주식을 일반에 공모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번 테슬라의 유상증자 공시에는 아직 구체적인 방식이나 일정, 계획까지 나와있지 않습니다.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는 해당 유상증자 방식으로 브로커 거래, 장내 거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등 중에서 택할 수 있다는 원론까지만 기재돼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유상증자 계획을 테슬라가 발표할 때까지는 파악 가능한 정보가 제한돼 있습니다.
유상증자 규모 및 시기가 미정이라는 테슬라 공시 내용

개미 덕에 주가 올랐으니, 이번 유상증자도 개인투자자 믿고 진행하는 걸까요

월가와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테슬라가 개인투자자들의 존재를 의식하며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50억달러를 수시로(from time to time) 나눠서 조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투자은행인 로스 캐피탈 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어윈 선임 애널리스트는 수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의 효과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무래도 한번에 50억달러를 끌어모으면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기관투자가에 비해 ‘실탄’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전체 공모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축소될 수밖에 없겠죠.

테슬라가 기관투자가의 공매도에 시달릴 때도 꿋꿋하게 테슬라 주식을 사모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 유상증자에서도 지원군으로 나설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더해 유상증자의 수수료가 다른 자금 조달방식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테슬라가 ‘알뜰살뜰하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합니다.블룸버그통신 역시 머스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사자’ 열풍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테슬라가 액면분할을 통해 주당 주가를 낮춰 개인투자자들을 더 끌어들인 맥락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투자은행인 로버트 W.베어드의 벤 칼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입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테슬라가 ‘피곤한’ 기관투자가들을 굳이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는 평가입니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로드쇼를 열어 구체적인 자금 사용계획 등을 밝히는 과정을 간소화하거나 생략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기관투자가들의 검증이 떨어지고 나오는 정보의 질 역시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습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