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온상 될라…미 CDC, 세입자 강제 퇴거 금지 명령

올 연말까지 적용
미국 세입자들이 올 연말까지는 강제 퇴거를 면하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직하거나 수입이 줄어 월세를 내지 못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미국인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강제 퇴거당하면 코로나19 사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올 연말까지 미 세입자들의 강제 퇴거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CDC의 이 명령은 미 전역에서 효력이 있다. 현재 미국의 전체 세입자 수는 4300명으로 집계된다. 올해 예상 연소득이 개인 기준 9만9000달러(약 1억2000만원), 가구 기준 19만8000달러(약 2억4000만원) 이하인 경우에 적용된다. 미국의 추가 실업수당 지급이 지난달로 만료되고 미 의회에서 경기부양책 합의가 미뤄지면서 집세를 내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한두달 내에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미 현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CDC는 이들이 강제퇴거당하면 길거리를 떠도는 홈리스가 되거나 집단 보호소에서 머물며 코로나19 확산의 온상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임차인이 임차료를 낼 의무까지 면제해준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임차인은 강제 퇴거를 당할 경우 본인 및 가족이 처할 위기 수준이 심각하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정부의 임차료 지원을 시도하는 등 임차료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 역시 입증해야 한다. 한편 미 임대인들은 “임대인들도 생존 위기 상태”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CDC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제 퇴거조치 제한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 측은 이번 조치가 지나치게 늦게 나왔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했다. 미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미 하원에서는 임차료 지원금으로 1000억달러를 배정한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