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우리 아파트에 이상한 팰리세이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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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아파트에는 이상한 팰리세이드가 산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동네 주민들이 유치원 차량 승하차 장소에 무단 주차를 하는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어쩐 일인지 개선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급기야 한 입주민이 단체 대화방에 "주차금지 팻말로 막아뒀다"며 공유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른 입주민 두 명이 의기투합에 나서 해당 차량을 둘러싸고 주차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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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이 강경하게 나오자 팰리세이드 차주는 112에 신고했다.
이에 팰리세이드 차주는 "재물손괴죄로 고소하겠다", "피해 금액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과하고 좋게 끝내라고 권했지만 팰리세이드 차주는 "여러 사람이 몰려와 비난해서 감정이 상했다"며 법적 대응을 강조했다.
이런 대치가 몇 시간 동안 계속됐다. 입주민들이 무단 주차 재발방지를 약속하기 전까지는 차를 빼지 않겠다는 뜻을 유지하자 팰리세이드 차주는 마침내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선량한 입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이번 사태가 알려지며 아파트 단지 내 무개념 주차에 대한 시민들의 집단행동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차량의 이동을 막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는 등의 행위에 대해 팰리세이드 차주 주장처럼 재물손괴죄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김가헌 변호사는 "일단 자동차의 효용성을 해친 것은 아니므로 재물손괴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다만, 상당 기간 동안 운전을 할 수 없게 계속 방해했다면, 차량 소유자가 차를 사용하지 못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2018년에는 국민들을 공분케 한 '송도캠리 사건'이 있었다. 그해 8월 인천 연수구의 50대 여성이 아파트 주차장 진입로를 자신의 캠리 승용차로 7시간 동안 막은 사건이다.
당시 이 여성은 관리사무소 직원이 자신의 차량에 주차 위반 경고장을 붙인 것에 불만을 품고 고의로 주차장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후 일반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