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흑·백서로 또다시 불거지는 '586 퇴진론'

임도원의 여의도 백브리핑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가 지난달 25일 출간됐다. 왼쪽부터 공동집필자인 진중권, 김경율, 서민, 강양구, 진중권, 권경애. 천년의상상 제공,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세대들이 안 보이고 또 보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였던 박주민 의원은 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주도권은 왜 계속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박 의원은 "당에 있는 여러 세대가 섞이지 않고 마치 시루떡을 켜켜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제일 위에는 50년대생 분들이, 그 다음에 586과 그 다음 세대가 있는데 위에 있는 두 층이 상당히 두껍다"며 "밑에 세대인 저 같은 40대가 뭔가 활동을 할 만한 여백 공간 기회 이런 게 부족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들어 '586 퇴진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조국 백서'와 '조국 흑서' 발간이 주요 계기가 됐습니다. 친여 인사들로 구성된 조국 백서추진위원회가 지난달 5일 출간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일명 '조국 백서')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어느 시대나 반개혁 세력은 개혁 세력을 위선적이라 비난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일방적으로 옹호했습니다. ‘조국 백서’ 추진위원장인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586세대가 한국사회의 허리"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이에 맞서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일명 조국 흑서)가 같은 달 25일 출간됐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서민 단국대 의과대 교수 등 저자들은 조국 흑서에서 "586 정치엘리트들이 '신 적폐'가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진 전 교수는 김민웅 교수의 '586 허리론'에 대해 “그러니 나라가 디스크에 걸린다”며 "썩은 586 청산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받아치기도 했습니다. 586 비판에 나선 것은 조국 흑서 저자들 뿐만이 아닙니다. 진보진영 원로인 홍세화 노동당 고문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586의 적지 않은 사람들을 '민주 건달'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무슨 정치를 펴고 싶은지는 보이지 않고 권력을 잡는 집권 자체가 목표가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586 운동권 대부'로 볼리는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전국청년위원장이 '태양광 비리'로 구속기소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여권 586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향한 비판과 퇴진론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까요. 변화와 결단이 없다면 이번에는 '586 흑서'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