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연달아 성사한 에이치엘비…"바이오부터 제약까지 수직계열화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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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팩트체크올해 인수합병(M&A) 두 건을 성사한 에이치엘비가 백신, 항암제 개발부터 신약 생산까지를 아우르는 사업 분야 구축 완료를 선언했다. 2024년까지 항암제 5개를 출시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파이프라인을 다변화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2일 에이치엘비는 자회사 이뮤노믹테라퓨틱스의 교모세포종(뇌종양) 치료 후보물질인 ‘ITI-1000’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뮤노믹테라퓨틱스는 에이치엘비가 지난 2월 인수한 미국 면역항암제 기업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해당 후보물질 투여 결과 교모세포종 환자의 생존율이 기존 치료제 대비 일곱 배가량 높았다.이 임상은 교모세포종 환자 23명을 대상으로 ITI-1000을 세 번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뮤노믹테라퓨티스는 지난 1일 해당 임상 결과를 미국 암학회(AACR) 학술지인 ‘크리니컬캔서리서치’에 발표했다.
임상 성공 기대감으로 주가도 올랐다. 이날 에이치엘비는 주가가 전날 9만300원보다 9.41% 오른 9만8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엔 10만9500원까지 주가가 뛰기도 했다. 지난해 8월 1만9000원대까지 주가가 내려갔던 때와 비교하면 1년여 만에 다섯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에이치엘비는 임상 2상에서도 기존 연구 결과와 동등한 수준의 결과가 나온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속심사(패스트트랙)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년간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출시된 신약이 없는 데다 개발 중인 경쟁 약물들과 비교해서도 ITI-1000의 임상 결과가 더 뛰어나다는 판단에서다. 해당 임상을 진행한 존 샘슨 듀크대 교수는 “교모세포종은 치료가 어려운 질환인데 이번 임상 결과가 고무적으로 나왔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 시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뮤노믹테라퓨틱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동물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이후 임상승인계획(IND)도 신청할 예정이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2월 이 회사를 인수해 기존 항암제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 외에 교모세포종 치료제, 코로나19 백신으로까지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게 됐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1일 코스닥 상장 제약사인 메디포럼제약의 인수도 발표했다. 메디포럼제약은 장기 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인 ‘SMEB’ 기술과 항생제 내성 치료제, 임상 4상을 진행 중인 척수소뇌변성증 치료제 등을 보유하고 있다. FDA와 신약허가 신청 전 회의(Pre-NDA)를 진행 중인 신약 리보세라닙의 생산도 가능하다. 두 번의 인수합병으로 에이치엘비는 파이프라인 확장과 리보세라닙 생산기지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업계에선 에이치엘비의 사업 전략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사업 모델과도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특정 질환에 대한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판매하는 머크는 지난해 혈액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제약사인 아큘을 27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틸로스세라퓨틱스를 7억7300만달러에, 펠로톤셀라퓨틱스를 1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BMS는 항암제 제품군 강화를 위해 경쟁사이던 셀진을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화이자는 항암제 개발사인 어레이바이오파마, 엘라이릴리는 제약사인 록소온콜리지를 인수하면서 파이프라인을 늘린 바 있다.
에이치엘비는 2024년 내에 항암제 다섯 개를 내놓는다는 구상을 지난해 밝힌 바 있다. 기존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은 위암, 간암, 선양낭성암, 대장암 등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위암 대상으론 판매허가신청(NDA)을 앞두고 있고 간암 대상으론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난소암 치료제로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아필리아는 유럽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혁주 에이치엘비 부사장은 “이뮤노믹테라퓨틱스는 존스홉킨스대와 듀크대가 개발한 면역치료 플랫폼 기술인 ‘UNITE’를 통해 알레르기 치료제, 교모세포종 치료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며 “상업화를 눈 앞에 둔 리보세라닙과 함께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개발도 병행해 에이치엘비의 기업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