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前대표가 현 대표에게' 서한…정청래, 김종인 향해 "무슨 악연인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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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정치적인 금도라는 게 있어야"미래통합당이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새출발 하는 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민단체 국민의힘 전 대표 신분으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서한 형태로 경고했다.
"국민의 힘에 탄핵당한 당명이 국민의힘이라니"
"내가 몸담았던 시민단체가 조롱당하고 있어"
정청래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전 대표가 국민의힘 현 대표에게'라는 글을 올리며 "끝내 국민의힘인가"라고 전했다.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이름을 무엇으로 짓든 무슨 상관인가"며 "그러나 적어도 도덕적 양심이란 게 있고 정치적 금도라는 게 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에 의해 탄핵당한 정당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 집단이 국민의힘이란 당명을 버젓이 달고서 영업을 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간판 갈이만 하고 주방장도 주인도 바뀐 게 없는 식당이 모든 것이 바뀐 것처럼 눈속임 영업을 하는 식당 주인보다 훨씬 비양심적이다. 얼굴도 참 두껍고 뻔뻔하다"고 덧붙였다.
정청래 의원은 "내가 몸담았던 자랑스러운 국민의힘의 이름이 더럽혀지고 조롱당하고 있다"며 여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국민의힘 당명에 대한 조롱 내용들을 소개했다.
다음은 정청래 의원 입장문
17년 전 내가 몸담았고 초대 공동대표까지 했던 생활 정치 네트워크 국민의힘. 언론개혁과 정치개혁을 목표로 참 열심히 함께 뛰었던 회원 동지들이 생각난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언론개혁의 깃발을 들고 천안 독립기념관에 전시되었던 조선일보 친일윤전기를 빼내는 성과도 있었다. 독립기념관 앞에 대형 크레인을 설치하고 조선일보 윤전기를 빼내는 운동에 동참했던 동지들. 정치개혁 운동의 일환으로 정치인 바로알기 운동을 했던 그 날의 기억들이 다시금 생생하게 밀려온다. 당시 부산 국민의힘 대표였던 동지를 만났다. "의원님, 우리 국민의힘 이름이 이렇게 더럽혀져도 되는 겁니까?" 미안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오늘 만난 그 동지는 그때 찍었던 활동사진들, 그때 입었던 유니폼들을 다시 한번 꺼내서 보고 있다고 했다. 당 이름을 짓기 전에 포털에 검색 한 번만이라도 했다면 감히 어떻게 "국민의힘"이란 이름을 쓸 수 있었겠냐?며 분개했다. 참 미안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이름을 무엇으로 짓든 무슨 상관이랴? 그러나 적어도 도덕적 양심이란 게 있고 정치적 금도라는 게 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에 의해 탄핵당한 정당 아닌가? 그런 집단이 국민의힘이란 당명을 버젓이 달고서 영업을 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간판 갈이만 하고 주방장도 주인도 바뀐 게 없는 식당이 모든 것이 바뀐 것처럼 눈속임 영업을 하는 식당 주인보다 훨씬 비양심적이다. 얼굴도 참 두껍고 뻔뻔하다.
내가 몸담았던 자랑스러운 국민의힘의 이름이 더럽혀지고 조롱당하고 있다. 참 마음이 아프다. 매일매일 새로운 조롱이 등장하고 있다.
국민의 짐, 국민의 적, 국민의 휨. 국민의 심....
그리고 오늘은 급기야 국민의 힝, 국민의 흠까지
앞으로 또 얼마나 새로운 조롱이 줄을 이을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전 공동대표로서 참 원망스럽다. 이 당 저 당 김종인 선생께서는 이런 나의 심정을 알려나 모르겠다.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었길래 이렇게 좋지 않은 일이 계속 일어나는지 나도 모르겠다.
내가 몸담았던 국민의힘이 그래도 제1야당의 당명이 되었으면 가문의 영광이어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가문의 수치가 돼 버렸다. 왜 상관도 없는 당신들로 인해 나와 나의 동지들이 괴로워해야 하는가?
국민의힘 전 대표로서
국민의힘 현 대표를 불꽃 같은 눈동자로 지켜보겠다.
국민의힘 전 대표로서
국민의힘 현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하겠다. 국민의힘 전 대표로서
국민의힘 현 대표가 얼마나 이름을 더럽히는지
얼마나 조롱당할 일을 하는지 무관용으로 비판하겠다.
사족: 국민의힘 전 대표와 국민의힘 현 대표가
언젠가 조우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