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뒤집혀야 가능한데…이재용 배임 추가는 檢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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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 3대 포인트‘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은 향후 법원이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및 부정거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불법적 행위에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검찰이 제시하는지, 이 부회장을 배임죄의 주체로 볼 수 있는지 등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1) 배임죄 성립할까
(2) 시세조종 등 입증 어려워
(3) 李부회장 지시 증거 나오나
檢, 형량 낮은 형법상 배임 적용
검찰은 지난 1일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과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 부회장이 대주주이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물산 경영진이 회사 주주 등에게 불리한 합병을 추진·방조했으며,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경영진과 공범이라고 검찰은 주장한다.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4년 “배임죄의 대상은 회사이기 때문에 이사의 행위로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상법상 ‘회사’와 ‘주주’는 서로 분리돼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구별되는 만큼 이사는 주주의 손해를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 최종적으로 주주들에게까지 이어졌다고 판단했을 순 있지만 궁색한 논리”라며 “보통 기업 총수에게 적용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니라 그보다 형량이 낮은 형법상 업무상 배임을 적용한 것을 볼 때 검찰도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검찰은 지난 6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만 해도 배임죄를 적시하지 않았다. 당초 배임죄 적용에 소극적이던 수사팀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지난 6월 26일) 이후 30여 명의 법률·회계 전문가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배임죄 추가 의지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완패’를 당한 수사심의위 때 적용한 혐의를 그대로 공소장에 담는 것이 부담돼 다소 무리하게 배임을 넣은 것 같다”고 했다.검찰은 “대법원 판례 해석에 따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사법부에 판례 변경도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이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이 소유하던 시가총액 52조원(8월 기준) 상당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얻었기에, 삼성물산이 본 피해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위반 두고 공방 예고
법조계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화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자체가 이 부회장이 최소비용을 들여 경영권을 승계하도록 하기 위해 기획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자사주 매입 등으로 인위적으로 제일모직 주가를 부양(시세조종)하고, 허위 정보 등을 유포해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삼성물산에 피해를 줬다는 것(부정거래)이다.한 법조인은 “배임이 특정 피해자에 대한 범죄라면 시세조종은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범죄로 간주돼 유죄로 인정된다면 형량이 높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시세조종으로 인한 이득액이 300억원을 넘으면 기본 형량이 징역 7~11년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번 사건의 부당이득액을 특정해 적시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자본시장법 위반은 입증하기 까다롭다는 평가가 많다. 한 자본시장법 전문 변호사는 “삼성 측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종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유리한 시기를 택해 합병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면 입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원도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삼성물산의 옛 주주인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무효소송에서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삼성물산 합병에 총수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서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지시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검찰은 ‘프로젝트 G(승계 플랜)’ 문건 등을 근거로 들면서 공판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시 정황(증거)들을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 같은 증거가 이미 수사심의위와 영장실질심사 때에도 판단을 받은 내용이라 스모킹건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인혁/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