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플라스틱이 돈이다…화학업계, 재활용사업 '올인'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코카콜라·로레알·아디다스 등
"재생 플라스틱만 사가겠다"

수입 늘어나는 폐플라스틱
효성그룹의 화학섬유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는 지난 7월부터 제주도 등과 함께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수거한 뒤 이를 원료로 리사이클 섬유 브랜드인 리젠을 만든다. 가방 제조 스타트업인 플리츠마마가 이 섬유를 공급받아 가방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폐플라스틱 모으는 국내 기업들

폐페트병을 수거하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한경DB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학업계가 올 들어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불거지면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주요 고객인 글로벌 기업들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만 받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화학업체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은 지난 7월 내놓은 ‘탄소중립 성장선언’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SK종합화학도 20% 수준인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환경 문제에 직면한 화학산업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부터 폐페트병을 수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원료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SK케미칼은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자체 개발한 리사이클원료인 ‘에코트리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에코트리아는 화장품 용기에 들어가는 투명 원료로 활용된다.

전방위로 강화되는 환경규제

국내 화학업체들이 플라스틱 재활용에 주력하는 건 고객인 글로벌 기업들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은 2030년까지 제품 포장을 위한 플라스틱에 100% 재생원료를 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용기의 50% 이상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이키는 연내 50%, 아디다스는 2022년까지 100%를 플라스틱 재생원료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각국도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화장품 용기를 비롯한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비중을 5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2030년부터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100% 재활용해야 한다. 일본도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 비중을 60%까지 늘릴 계획이다.

방치되는 국내 폐플라스틱

폐플라스틱은 파쇄 및 세척 작업을 거쳐 작은 플라스틱 조각인 플레이크로 만들어진다. 플레이크를 가공하면 플라스틱 제품 원료가 된다. 문제는 국내에서 수거되는 플레이크의 오염이 심하다는 점이다. 각종 폐기물과 함께 버려지는 데다 이물질도 많이 섞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폐플라스틱은 대부분 소각한 뒤 연료로 활용된다. 재활용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결과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만든 섬유 등은 전량 수입된 재생원료로 제작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14.4만t으로, 2017년 대비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해 방치되는 폐플라스틱도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루 평균 배출 폐플라스틱은 848t으로, 전년 동기(734t) 대비 15.6% 늘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오는 12월부터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투명 페트병을 플라스틱과 별도로 분리 배출하도록 했다. 단독주택은 내년 12월부터 적용된다. 플라스틱 중에서도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고품질 원료 제작이 한층 더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