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마디에 '뚝딱'…부처들 '하명 정책'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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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감독기구 입장 선회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지 불과 3주 만에 정부가 사실상의 감독기구 신설계획을 내놓으면서 과도한 ‘정책 속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신중한 입장을 밝혔던 기획재정부까지 입장을 바꿔가며 청와대발 속도전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한국판 뉴딜'도 석달 만에 확정
"경제정책 과속 부작용" 지적
문 대통령이 부동산 감독기구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달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였다.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대책 평가가 핵심 의제 중 하나였던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여당 일각에서 감독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긴 했지만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감독기구 신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감독기구를 만드는 것은 정부 내 협의 초기 단계”라며 “개인적으로는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감독기구 도입에 적극적인 국토교통부와 대비되면서 부처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치기도 했다.
정부는 시장감독기구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급하게 검토하면서 개인 간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그립’은 한층 강해지는 모습이다.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사업도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처음 언급한 뒤 3개월 만인 7월 종합대책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며 경제정책의 밑그림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 겪는 위기상황인 만큼 속도가 중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누락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