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끌'…59兆 몰린 카카오게임즈

IPO사상 최대 청약증거금
최종 경쟁률 무려 1525대 1
SK바이오팜 '학습 효과'
젊은 투자자들 대출받아 '올인'
< 공모주 청약 강풍 >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2일 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본사의 영업부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청약신청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청약을 대행한 3개 증권사에 들어온 증거금은 약 59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기록을 새로 썼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에 59조원 가까운 증거금이 몰렸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이 기록한 역대 최고액(약 31조원)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실망한 2030세대 등 젊은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끼고 공모주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게임즈 상장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2일 일반청약 마감 결과 최종 경쟁률이 1525 대 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청약증거금은 58조6000억원에 달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공모 규모는 3840억원으로 SK바이오팜(9600억원)의 약 40%에 불과하지만 더 많은 증거금이 몰렸다. 투자 열기가 훨씬 더 뜨거웠다는 평가다. 주문이 폭주하는 바람에 전날 삼성증권, 이날은 한국투자증권에서 30분가량 시스템 접속이 지연될 정도였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날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도 장악했다.증권가는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이 공모주 시장에 대거 유입된 것을 흥행 성공의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연 1%대로 떨어지자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거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증시 대기자금인 증권사 예탁금은 3월 말 33조원에서 8월 말 60조원으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직전일인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6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은행권의 기타대출(신용대출 주식담보대출 등)도 7월 한 달 동안 3조7000억원 늘었다. 7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SK바이오팜이 7월 초 상장 직후 사흘 연속 상한가로 내달린 것을 목격한 학습효과가 컸다. 주당 공모가격(2만4000원)이 예상보다 낮게 책정된 것도 청약 열풍에 불을 질렀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는 10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된다.

마이너스통장 만들어 1억 넣었어도…카카오게임즈 5株 받는다

< 카카오게임즈 10일 상장합니다 > 하반기 기업공개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 공모주를 청약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삼성증권 마포지점에서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회사원 이모씨(28)는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위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그동안 모아둔 여유자금까지 합쳐 총 1억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넣었다. 이씨는 “친구가 SK바이오팜에 투자해 적잖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뜻)’했다”며 “부동산은 집값이 너무 올라 엄두가 나지 않아 공모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1830만원당 1주 배정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개인투자자들은 58조6000억원의 뭉칫돈을 증거금으로 맡겼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이 세운 역대 최고기록(약 31조원)을 갈아치웠다. 일반 청약 경쟁률 기록도 새로 썼다. 이틀간 진행한 일반 청약 경쟁률은 1525 대 1이었다. 증권사별 경쟁률은 한국투자증권 1547 대 1, 삼성증권 1495 대 1, KB증권 1522 대 1이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청약증거금 1830만원당 카카오게임즈 주식 1주를 배정받게 됐다. 1억원을 맡겨 5주를 받은 뒤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의 두 배 이상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을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19만2000원의 평가익을 얻을 수 있다. 경쟁률이 너무 높아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은 예상보다 낮은 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부터 흥행을 예고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한 수요예측에서 1479 대 1의 경쟁률로 신기록을 세웠다. 1일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에도 16조4000억원이 몰리면서 공모주 열풍을 입증했다. 첫날 경쟁률은 427 대 1이었다. 국내 IPO(기업공개) 사상 최대 규모 증거금인 31조원을 모집했던 SK바이오팜은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 최종 323 대 1(통합 기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첫날 접수만으로도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영끌’한 2030투자자 대거 가세

카카오게임즈 청약에는 20~30대 청약자가 대거 뛰어들었다. 이들은 2개월 전 SK바이오팜의 대박을 보고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대출받은 뒤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다. 올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증시 급반등 국면에서 ‘동학개미운동’에 뛰어든 20~30대가 주식으로 재미를 보면서 공모주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급등으로 내집 마련 가능성이 희박해진 데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고 판단한 것도 한몫했다.

증권가는 SK바이오팜의 학습 효과도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공모가가 4만9000원이었으나 현재 주가가 세 배 이상 올랐다. 카카오게임즈가 제2의 SK바이오팜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자가 집중적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공모주 투자가 주식 대비 안전하다는 것도 젊은 층이 투자하기 좋은 여건이다. 공모주는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어 투자금을 잃을 우려가 적다.

전문가들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당분간 공모주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사상 최초로 60조원을 돌파하면서 증시 대기 자금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하반기 IPO 대어들도 나올 예정이어서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예진/김익환/송영찬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