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스 故김성재 여자친구, 약물전문가 상대 10억 손배소 패소

법원 "전문가 발언, 허위사실로 볼 수 없어"
그룹 '듀스' 멤버 고(故) 김성재 씨의 여자친구가 약물 분석 전문가의 발언 때문에 자신이 김씨의 살해 용의자처럼 잘못 알려졌다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병철 부장판사)는 2일 김씨의 전 여자친구 A씨가 약물 분석 전문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김씨 사망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내가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는데도 B씨가 방송과 강연 등에서 내가 김씨를 살해한 것처럼 말했다"며 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김씨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동물마취제(졸레틸)를 마약으로 봐야 하는데, B씨가 이를 방송 인터뷰 등에서 독극물인 것처럼 언급해 A씨 자신을 살해 용의자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A씨가 B씨 발언 중 허위사실로 지목한 것은 ▲ 졸레틸이 마약이 아니라는 사실 ▲ 졸레틸이 독극물이라는 사실 ▲ 졸레틸이 1995년 사람에게 쓰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 ▲ 김씨 팔에서 발견된 주삿바늘 자국들이 하루에 맞은 것 같았다는 사실 ▲ 김씨 약물 오·남용사 가능성이 사라지고 타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등 5가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5가지 모두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의 발언 의도나 졸레틸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졸레틸을 두고 마약이 아니라거나 독극물이라고 한 것은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아울러 "김씨 사망 사건이 동물마취제가 검출되면서 타살 사건으로 수사 방향이 전환된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설령 B씨 발언에 허위로 볼 여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 자료에 기초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발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성재는 힙합 그룹 듀스의 멤버이자 솔로 가수로 인기를 누리던 중 1995년 11월 20일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부검 결과 김씨의 시신에서 여러 주삿바늘 자국이 확인됐고, 사인이 '졸레틸'이라는 동물마취제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사망 경위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씨의 연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해 2차례 김씨 사망 사건을 다룬 방송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수개월 동안 고인의 부검 보고서, 사진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종합해 방송을 준비했다고 밝혔으나 법원은 방송이 나갈 경우 A씨의 인격권과 명예에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