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카페 코로나 대응법…전시회 열고, 원두 정기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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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기자의 거리를 바꾸는 카페들“현대인의 신비한 열매(커피)를 마시는 모든 사람과 오디세우스의 관점으로 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2.5단계 시행이 한창이던 지난 1일 저녁. 서울 한남동 카페 ‘앤트러사이트’ 매장은 설치미술 작가 박훈규 씨의 미디어 아트로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로토파거스, 신비의 섬’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시작한 것. 전시회는 내년 3월 1일까지 계속된다. 앤트러사이트의 강점은 독보적 공간 디자인. 이번엔 매장에 들어오지 않아도 매장 밖에서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가을은 커피의 계절이다. 산지에서 막 수확한 ‘뉴 크롭(제철 커피 원두)’이 쏟아져나와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때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마음대로 카페에 갈 수 없는 첫 가을이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도 비슷하다. 8월과 9월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 산지를 돌아다니며 그해 좋은 원두를 선별해와야 하는데, 출장길이 꽉 막혔다.
커피인들은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앤트러사이트의 전시회는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몸부림의 작은 사례일 뿐이다. 가장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게 온라인 소통 강화다. 프?츠커피컴퍼니는 최근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으로 올 시즌 처음 선보이는 새 원두를 소개했다. 게이샤 품종 커피 세 가지에 생두 바이어, 로스터, 바리스타 등이 쓴 글을 넣어 ‘프?츠 프레즌트’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20대가 자주 찾던 카페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 매장에서 흐르는 음악 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한다.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공간을 즐기기는 어려워졌지만 언제 어디서나 좋아하는 브랜드의 커피를 마실 길은 넓어졌다. 일회용으로 간편하게 핸드드립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드립백과 원두를 판매하지 않는 카페가 없을 정도다. 콜드브루 캔과 디카페인 커피 등으로도 확장됐다. 멤버십을 운영해 ‘1㎏ 대용량 원두’를 판매하는 곳, 정기 배송으로 매주 새로운 커피를 보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프랜차이즈형 커피 브랜드들은 목숨을 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배달 전용 패키지를 구성하거나 가격을 할인해주는 등 해법을 찾고 있다. 신제품 출시 경쟁은 더 치열하다.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본질인 맛에 더 충실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가을 시즌마다 보이던 ‘미투 제품’은 거의 사라졌다. 투썸플레이스는 국내산 밤으로, 할리스커피는 다크체리로 가을 시즌 음료를 내놨다. 코로나19로 무인·비대면이 무섭게 장악해가는 소비 시장. 커피업계는 어쩌면 그들만의 새로운 소통의 언어를 찾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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