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터산업 "지멘스·ABB와 경쟁"

강소기업 탐구
전기 40% 덜 쓰는 양방향 인버터 전세계 수출

포스텍 손잡고 국내 첫 상용화
日·사우디 건설 현장에도 공급
코로나 사태로 국내 점유율 높여
원동석 현대모터산업 대표가 크레인, 굴착기 등에 적용이 가능한 양방향 인버터를 설명하고 있다.
인버터는 전압과 주파수를 바꿔 모터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모터에 걸리는 부하를 감지해 회전 속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시켜 기계 고장을 막고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한다. 경기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현대모터산업은 인버터를 고성능·고효율화하는 데 성공해 세계 각지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가 2014년 개발한 양방향 인버터는 국내 최초로 모터 동력을 역으로 이용하는 제동전력회생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에너지 손실 최소화한 친환경 제품

원동석 현대모터산업 대표는 2013년 인버터 연구개발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1999년부터 현대일렉트릭이 생산한 산업용 모터 납품을 위해 전국 산업 현장 곳곳을 돌아다녔던 그는 수입에 의존하는 인버터를 국산화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현대일렉트릭 등 일부 대기업에서 인버터 상용화를 추진했으나 주파수 변경이 자유롭지 않은 등 현장 활용도가 떨어져 인버터 사업에서 손을 뗐다.인버터 개발의 핵심 과제는 급격한 부하 변동에도 모터 회전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었다. 원 대표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포스텍 연구진을 수소문해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그는 그동안 산업 현장의 기술자에게 들은 기존 인버터 제품의 개선점과 노하우를 신제품 개발에 적용했다.

현대모터산업은 약 1년 만에 200%의 스텝 부하에도 속도 변화가 3%에 그칠 정도로 효율성이 높은 인버터 개발에 성공했다. 또 모터 회전이 멈출 때 발생하는 관성력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제동전력회생 기술을 적용해 전력 사용량을 4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수리 막힌 수입제품 대체

현대모터산업은 2014년 일본 대형 건설업체에 오거크레인용 인버터 납품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증설 공사에도 지반 천공 드릴용 인버터를 납품했다. 원 대표는 “그동안 세계 시장을 독점해온 독일 지멘스, 스위스 ABB의 제품보다 뛰어난 품질을 국내외 현장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지난 3월에는 롯데제과 서울 양평동 공장에 인버터 제품을 납품했다. 롯데제과는 수십 년째 사용하다가 고장 난 스위스제 인버터의 수리를 스위스 본사에 요청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8개월 후에나 기술자 파견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현대모터산업은 하루 만에 롯데제과 식품 제조 공정에 최적화된 초콜릿 교반기용 인버터를 납품하면서 롯데제과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원 대표는 “앞으로 양방향 인버터 양산화를 거쳐 세계 1위 인버터 제조업체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