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두사미'…반대하다 막판 소신 접는 홍남기

재난지원금·부동산감독기구 등
초반 신중 입장서 찬성 급선회
靑·여당 압박에 말 바꾸기 논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개인적으로 부동산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열흘 전에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소신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불법행위대응반을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으로 확대 개편해 이상거래 분석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홍 부총리의 돌변은 이뿐만이 아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도 그랬다. 그는 논의 초반 단계부터 ‘선별 지급’을 주장했다. 재정 부담을 고려해 소득 하위 50%에게만 주자는 것이 홍 부총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및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그의 소신은 사라졌다. 대상을 70%로 높인 뒤 결국 ‘전 국민 지급’으로 바꿨다.

2차 재난지원금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제기된 2차 재난지원금과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지난달 14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엔 “코로나19 확진자 증감 추이에 대한 판단,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격상 여부 등이 변수가 될 것 같다”며 입장이 달라졌음을 예고했다. 그러다 이달 1일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처럼 소신 굽히기가 이어지자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을 빗대 ‘홍두사미(洪頭蛇尾)’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관가에선 홍 부총리의 입장 변화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의 권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경제부처 수장이라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과거 다른 경제부총리처럼 청와대 또는 여당에 대한 설득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