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갤럭시 언박싱 수만명 시청…진품 점유율은 고작 2%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입력
수정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3월 갤럭시S20 출시 후 바로 'S21 울트라' 등장
최근 1년간 '짝퉁폰' 1위 브랜드 삼성으로 꼽혀

"갤럭시S20 울트라의 A급 '짝퉁폰' S21 울트라를 소개합니다."중국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검색창에 '삼성 짝퉁폰'을 검색하자 한 리뷰어가 올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0 모조폰을 소개하는 영상이 뜹니다. 중국 누리꾼들의 관심이 컸는지 '인기 영상'에 올라 있습니다. 갤럭시S20의 정식 출시일은 지난 3월6일. 해당 영상은 신제품 출시 후 불과 두 달도 안 된 4월26일에 업로드 됐습니다.
진짜 같은 가짜, 헷갈리네

박스를 개봉하니 에어캡(뾱뾱이)에 쌓인 휴대폰 단말기가 나옵니다. 유심칩 제거용 바늘 클립, 충전기, 유선 이어폰, 투명 휴대폰 케이스 등이 구성품으로 제공됐습니다.

심지어 후면에 '스페이스 줌(SPACE ZOOM) 100X'라는 문구를 새겨 넣기까지 해, 눈썰미가 있지 않은 경우 정말 헷갈릴 정도로 똑같이 만들었습니다. 영상 썸네일(미리보기 화면)에는 로고가 보이지만, 정작 공개된 영상에는 그 어디에도 '삼성(Samsung)' 로고가 보이지 않습니다.
해당 영상 제작자는 "A급 짝퉁폰이 여전히 시장에 버젓이 있다. 이 짝퉁폰의 경우 그래도 성능이 괜찮은 편"라면서 "외부뿐 아니라 내부 기본 탑재 응용 프로그램까지 아주 비슷하게 잘 만들었다. 대부분은 이 정도까지 스펙을 갖추지 못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의류·가죽·전자제품 순으로 짝퉁 많아
이처럼 중국에서 여전히 모조폰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당국이 수년 전부터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신제품이 등장하면 곧바로 '짝퉁폰'이 등장하는 등 관련 시장이 없어지지 않는 추세입니다.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습니다.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6년 4.9%, 2017년 2.1%, 2018년 2분기부터 0.1%대로 하락했습니다. 그러다 갤럭시S10 반짝 효과로 지난해 1분기 1%대 점유율을 회복했는데요. 중국 내 판매 비중이 크지 않지만, 짝퉁폰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삼성 짝퉁 브랜드 1위…S9·S10 등 전략폰 중심
실제 중국 스마트폰 평가앱 안투투(AnTuTU)가 지난 7월 발표한 '2020년 2분기 모조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19년 7월~2020년 6월) 가장 인기 있는 모조폰 브랜드로 삼성이 꼽혔습니다. 삼성의 모조폰 점유율이 40.8%에 달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그 다음으로는 애플(11.7 %), 화웨이(9.3%), 기타(8.9%), 샤오미(7.5%), 아너(5.9%), 비보(5.3%), 오포(4.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삼성 '짝퉁폰'으로는 갤럭시S10+, 갤럭시S9 시리즈, 갤럭시노트9 등 모델이 언급됐습니다.
짝퉁폰 유통업자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고가로 분류되는 삼성폰을 판매할 경우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 많습니다. 영상에 나온 갤럭시S20 울트라의 중국 가격은 256GB 용량이 9999위안(약 174만7200원), 512GB가 11199위안(약 194만9600원)에 달합니다. 반면 중국 1위 스마트폰 브랜드 화웨이의 경우 올 상반기 전략폰 고급 모델인 P40 프로의 가격은 6488위안(약 113만원)에서 7388위안(약 129만원)입니다. 삼성과 비교해 최대 35% 차이가 납니다.
한국과 달리 대부분 공기계를 일시불로 구매하는 중국의 완전 자급제 시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고가의 한국 휴대폰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싶은 수요와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 같은 짝퉁폰 시장이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실제로 현지에서는 남루한 옷차림의 시민들도 고가의 최신 삼성이나 애플 휴대폰을 갖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낳아준 엄마 빼고 뭐든지 '가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짝퉁이 판치는 중국. 언제쯤이면 '짝퉁 공화국'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