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올 들어 2조弗씩 발행했다…회사채 시장도 호황

각국 중앙은행 채권 매입 힘입어
투기등급까지 발행해 거품 논란도
올 들어 지난 1일까지 미국 회사채 발행액이 1조9190억달러(약 228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7년 1조916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중국에서도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수요가 커진 기업들이 각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과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힘입어 앞다퉈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데이터 제공업체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올해 미 회사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이미 찍었다”며 연말까지 넉 달가량 남겨 두고 있어 발행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금융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은 국적과 신용등급을 가리지 않았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20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고,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수준인 병원 운영사 테넷헬스케어도 25억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했다.코로나19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만 해도 글로벌 회사채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현금을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회사채를 내다 팔기 시작했고 채권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Fed는 투자등급 회사채만 사들이기로 했다가 금융시장 경색이 해소되지 않자 투기등급 채권까지로 매입 대상을 확대했다. 이후 기업들의 채권 발행도 대폭 늘어났다.

회사채 발행 러시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투자전문지 P&I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6조4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글로벌 회사채 발행액의 71%에 이른다. 중국에서만 올 상반기에 1조9000억달러어치 회사채가 발행됐다.거품 논란도 커지고 있다. 회사 실적은 좋지 못한데 회사채 발행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은 채권을 발행하면서 보유 항공기 등을 담보로 내놓고 있다. 크루즈 회사들은 선박과 심지어 바하마제도의 섬까지 담보로 내놨다. 미국에서 회사채 발행은 당분간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메건 그레이퍼 바클레이즈 부사장은 “오는 11월 미 대선에 따른 시장 불안을 피하기 위해 회사들이 서둘러 채권 발행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