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GB 다음이 200GB 요금제…왜 중간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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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GB→200GB 요금제 '껑충'
알뜰폰도 요금제 양분
"5세대(5G) 요금제는 중간이 없네요."최근 국내 온라인 휴대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 누리꾼은 "5만5000원 9GB(기가바이트) 요금제 다음이 7만5000원짜리 200GB 요금제"라면서 "75요금제(200GB)를 쓰다가 낮추려고 했는데 '중간 영역'의 요금제가 왜 안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5G 가입자 월 평균 데이터 27GB…LTE는 11GB
5G가 상용화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고가 요금제에 대해 부담이 커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요금제가 10GB 이하 또는 완전 무제한 수준으로 크게 양분돼 있어 소비자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5G 가입자당 월 데이터 사용량은 26.856GB으로 전월 24.173GB 대비 2.683GB 증가했다. LTE(4G) 사용자 역시 인당 월 데이터 사용량이 10.535GB로 같은 기간 0.922GB 늘었다.
가입자들의 데이터 이용량이 증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등 집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많아진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에서 영화나 방송, 유튜브 등을 시청하는 이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진 것이다.가입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지고 있지만 실제 사용량을 보면 월 10GB~30GB 수준이다.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9GB→200GB', '8GB→무제한', '9GB→150GB'
5G 상용화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용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5G도 중저가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통신사들의 이용요금은 10GB 이하의 저가와 150GB 이상 고가 요금제로 이원화된 상태다.SK텔레콤의 '5GX 요금제'의 경우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슬림'으로 월 5만5000원에 9GB가 제공된다. 9GB 소진 이후 1Mbps(메가비트) 속도로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이나 인터넷 검색 등 기본 기능을 제외하면 고화질 영상물의 경우 시청시 불편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9GB 요금제보다 한 단계 비싼 상품은 200GB 또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다. 월 7만5000원에서 12만5000원에 달하는 고가 요금제다. 중간 수준인 30~50GB 요금제가 없기 때문에 월 10GB 이상 사용하는 가입자는 어쩔 수 없이 200GB 이상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KT 5G 슬림 요금제도 월 8GB 요금제(5만5000원) 다음으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월 8만원~13만원)로 넘어간다. LG유플러스 5G 라이트도 월 9GB 요금제(5만5000원) 다음 단계가 150GB 요금제(7만5000원) 상품으로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통사 "데이터 요율 고려시 무제한 요금제 더 저렴해"
이처럼 현재 이통 3사의 요금제는 양분돼 있어 사실상 10GB 이상 쓰는 가입자는 150GB 이상의 요금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월 6만원짜리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있지만 기기변경이나 신규가입, 약정할인 및 결합할인 등이 불가하다는 조건들이 붙는다. 심지어 가성비 높다는 알뜰폰(MVNO) 요금제에서도 10GB~100GB 대 5G 요금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이통사들은 실제로 데이터 요율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가 저렴하다는 입장이다.한 이통사 관계자는 "데이터 요율을 적용하면 월 30GB~50GB 요금제 과금 수준이 월 10만원에 달한다"면서 "차라리 무제한 요금제로 가입자들의 혜택을 더 늘리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용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해 만들기보다는 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트렌드에 맞는 요금제를 만들고 있다"며 "중간 요금제를 만들어도 애매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한편 알뜰폰 사업자들은 상품 출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만큼, 50GB 안팎의 5G 요금제 출시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로부터 망을 빌려 재판매하는 사업을 하다보니 이통사들이 정책을 내려주는 형태로 상품이 설계된다"면서 "요금제 책정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50GB 안팎의 데이터 상품 출시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