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시티, 2년 만에 8억 올랐다…미친 전셋값에 '패닉'

1만가구 헬리오시티서 전용 84㎡ 전세 4건
목동서는 5500여가구 중 전세매물 '0'

일산·광명·과천 등서도 신고가 속출
"가을 수도권 전세난 심화될 듯"
'임대차 3법'에 매물이 급감하면서 집주인과 임차인간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2018년 1만가구가량 입주해 전세 만기까지 3~4개월 남은 송파 헬리오시티 인근 부동산들에 매물 안내문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촉발시킨 수도권 전셋값이 과열을 넘어 충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전세 품귀현상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총 가구수가 1만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세 매물은 40여건에 불과하다. 전용면적 84㎡ 기준 호가는 14억원까지 치솟았다. 2년 만에 8억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의 전셋값 상승은 경기도 주요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과천, 고양, 광명 등 서울권으로 출퇴근이 편리해 주거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도 수억원씩 전세가가 뛰고 있다.

헬리오시티 전용 84㎡, 전세 호가 14억원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헬리오시티의 전세매물은 한달 전 873건에서 95.4% 감소한 40건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전세 매물은 단 4건에 불과하다.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호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전용 84㎡는 최대 14억원까지 호가를 부르고 있다. 이 면적대 주택형의 전세 보증금이 2년 전만해도 6억∼6억5000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7억원 넘게 뛴 셈이다.

가락동 R 공인 대표는 "입주 때 들어갔던 전세가 매물로 나와야하는 시점이 왔지만 세입자 대부분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주장하며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며 ”전용 84㎡ 전세 매물이 최근 12억원가량 금액대에 계약이 이뤄졌으며 이후 호가는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 전세 호가도 16억원으로 2년 전(10억~11억5000만원)과 비교해 5억~6억 가량 상승했다. 최근 몇 달새 오름폭이 가팔라졌는데 지난달 중순 12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3억5000만원가량 뛰었다. 총 3002가구 중 전세매물이 16건에 불과해 한달 전보다 87.1%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는 전체 4424가구 중 전세물건이 단 2건뿐이다. 이 단지 전용 84㎡ 전세매물은 최고 8억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이 면적대 주택은 매물이 없다. 역삼동의 1050가구 규모 역삼래미안에서도 전세물건은 3건에 불과하다. 이달 중순 전용 59㎡가 8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현재 호가는 9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2·9단지는 각각 1882가구, 1640가구, 2030가구 규모인데도 전세 매물이 단 한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전세·월세 전환에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전세매물이 급감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는 모습. 뉴스1
이 와중에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주인들이 미리 보증금을 올려받으려고 하면서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올라 62주 연속 상승했다. 전주(0.12%)와 비교하면 오름폭이 축소됐지만 주간 상승률이 0.05% 전후로 유지되던 올 상반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1011만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산 아파트 전세도 '10억'

서울에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고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은 경기도 밀리고 있다. 경기도로 밀려난 수요자들이 지역 전셋값을 들어올리면서 수도권 전역으로 전세가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일산이나 과천, 광명, 남양주 등에서도 이달 들어 전세 신고가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 있는 주상복합 킨텍스원시티M2블록(959가구) 전용면적 104㎡는 지난 24일 보증금 10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일산 지역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에 오른 첫 사례다. 이 주택형은 지난 5월 7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된 후 3개월여 만에 보증금이 2억5000만원 뛰었다.

광명시 일직동에선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전용 84㎡가 5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달 4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과천시 별양동 래미안센트럴스위트 전용 59㎡는 지난 10일 8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전고가는 지난 6월 7억1000만원이었다.

경기 지역 전세 매물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 분석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기 지역 내 전세 매물은 한 달 전과 비교해 약 23.5% 감소했다. 과천 별양동 K공인 관계자는 “청약을 위해 대기하는 수요는 많지만 집주인들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향후 세입자와 분쟁을 우려하면서 매물을 내놓는 것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상황이 이러하니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무섭게 전세계약이 되면서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인 분위기”라고 전했다.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매물이 계속 줄면서 세입자들이 이사갈 집을 구할 수 없는 ‘전세 대란’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넷째주(24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90.1로 올해 최초로 190을 돌파했다. 경기도는 191.7로 서울보다 높다. 이 지수가 100을 넘길수록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