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체복사'로 우주의 온도를 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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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0
과학 이야기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물 출입구에서 체온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큰 건물에서는 접촉하지 않고 적외선 카메라로 우리 몸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하여 체온을 잰다. 가시광선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를 결합하여 실시간으로 우리 모습과 체온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사진1>은 대기로 재진입하는 우주 왕복선을 가시광선 및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다. 과연 빛과 온도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과학과 놀자 (16) 흑체복사 - 빛과 온도
태양 표면은 5500℃…주 빈 공간은 영하 270.4℃
흑체복사와 온도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체온 측정뿐 아니라 태양과 같은 별의 온도 측정에도 ‘흑체(black body)복사’의 원리가 이용된다. 검은 물체인 흑체가 어떻게 빛을 방출할 수 있을까. 화학 반응이나 핵반응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진동에 의해 빛이 방출될 수 있다. 또한 방출된 빛이 입자를 만나면 빛에너지가 모두 흡수되어 입자를 진동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모든 빛을 흡수함과 동시에 빛을 방출할 수 있는 물체를 흑체라 한다. 온도는 입자의 진동을 나타내는 변수이므로, 흑체복사 원리를 이용하여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온도 변화가 매우 천천히 일어나는 경우 물체에서 열 때문에 방출되는 빛은 흑체복사로 근사(近似: 아주 비슷함)될 수 있다.물체 표면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자를 확대하면 무거운 원자핵 주위를 가벼운 전자들이 감싸고 있다. 물체 표면이 전자로 덮여있는 것이다. 물체 표면에 있는 전자들은 온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빠르게 진동한다. 전자들이 진동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전자기적 성질을 지니고 있다. 전자가 진동하면 주위 진공의 전자기적 성질이 주기적으로 변하면서 전자기파가 발생한다. 스마트폰 내부 안테나에서 전자를 진동시키면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원리와 비슷하다.빛은 전자기파의 다른 이름이므로, 진동하는 전자가 빛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우리 몸 피부의 전자 진동이 적외선 주파수에 해당하므로, 적외선 카메라로 빛의 주파수를 측정하면 역으로 체온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어두운 밤에도 적외선 망원경을 이용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태양 표면도 흑체로 간주될 수 있다. 표면 온도는 약 5800켈빈(K)으로 섭씨 5500도에 해당한다. 모든 금속을 녹일 수 있는 매우 높은 온도다. 태양 표면에서는 가시광선이 가장 많이 방출되는데, 태양 표면 입자들의 진동이 가시광선 주파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켈빈은 절대 온도의 단위로 섭씨 0도는 273.15K에 해당한다. 역으로 절대 온도인 0K은 섭씨로 영하 273.15도에 해당한다. 물리학 법칙에 의해 0K 이하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