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30년만에 이슬람율법 버린다…"종교와 정치 분리"

그간엔 엄격한 이슬람율법 적용
이슬람 배교시 사형…전국민 음주 금지도
이젠 "민주국가 위해 종교와 정치 분리할 것"
아프리카 북동부에 있는 국가 수단이 종교와 국가 정치를 분리하기로 했다. 수단은 정부는 지난 30여년간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국가를 운영해왔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수단 과도정부의 압달라 함독 총리는 북수단인민해방운동(SPLM-N) 수장인 압델아지즈 알 힐루와 전날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국가·종교 분리 원칙을 주창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번 선언문에는 "수단은 민주국가를 이루기 위해 '종교와 국가 정치의 분리' 원칙에 입각한 헌법을 쓰고, 모든 국민의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며 "헌법이 특별히 규정하지 않은 사안의 경우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단은 1980년대 후반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헌법 격으로 도입했다. 1990년대엔 형법에 따라 이슬람교를 버린 '배교자'들을 돌로 쳐서 사형했을 정도다.

2014년엔 기독교 남성과 결혼해 기독교로 개종한 임산부 미리암 야하 이브라힘 이삭이 배교죄로 태장 100대와 사형을 선고 받았다. 수단 당국은 이브라힘에 이슬람으로 다시 개종하면 형을 줄여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브라힘이 이를 거절했다. 이후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수단 상급법원이 사형 선고를 철회했다. 이같은 강경 이슬람주의는 수단 남북부간 내전의 불씨가 됐다. 북부 수단은 이슬람 수니파가 대다수이고, 기독교도와 전통 종교를 믿는 이들은 무슬림 일부와 함께 남부 수단으로 독립했다.

지난해 들어선 수단 과도정부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 시행을 줄이고 있다. 수단은 2018년 12월 정부의 빵값 인상에 대한 항의로 촉발된 대규모 민중 봉기로 작년 4월 30년 독재정권이 물러났다. 수단 과도정부는 지난 7월엔 여성할례와 공개태형을 폐지하고, 이슬람교도가 아닌 국민들의 음주를 허용키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발표는 수단 과도정부가 반군 세력과 평화협정에 돌입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나왔다"며 "SPLM-N은 그간 '세속주의' 체제를 보장하는 합의에만 서명하겠다고 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수단 국영 수나통신에 따르면 수단 과도정부는 SPLM-N과는 별도로 정부와 맞선 반군세력인 수단혁명전선(SRF)와 지난달 31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