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 가득 일렁이는 '디지털 나무'의 사계절 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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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상미디어 설치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리안·리만머핀 갤러리 동시 개최
'3D 애니'로 자연 묘사하는 작가
망막 정맥 움직임 표현한 연작
과일과 꽃잎 유영하는 '스틸라이프'
태곳적 모습 그린 수중 애니 등
시공간 경계 허물며 몰입감 선사

미국의 영상미디어 설치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62)의 2018년 작품 ‘레터널(Retinal) 1’이다. 스타인캠프가 이듬해 제작한 ‘레터널(Retinal) 2’에서는 물방울과 가닥들이 분홍색 대신 청색 톤으로 바뀌었다. 화려한 색채와 추상적 이미지들이 묘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3차원(3D) 애니메이션 개척자로 꼽히는 스타인캠프의 개인전 ‘소울스(Souls)’가 리안갤러리 서울과 소격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디자인 미디어아트학과 교수인 그는 디지털로 자연을 묘사하는 작가다. 3D 애니메이션과 뉴미디어를 이용해 꽃과 나무, 하늘, 시공과 다양한 유기적 형태를 특정한 장소에 맞게 설치하는 작업을 해왔다.
리안갤러리에서의 전시는 2010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망막을 다룬 두 작품 외에 전통적 정물화를 디지털로 재해석한 ‘스틸라이프(Still-Life) 4’, 나무의 사계절을 통해 시간과 생명의 순환을 보여주는 ‘주디 크룩(Judy Crook)’ 시리즈 두 작품 등 총 5점을 선보이고 있다.
‘레터널’ 연작과 교차 상영되는 ‘주디 크룩’ 연작(12, 14)은 탄성을 자아낸다.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일렁이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안 꽃이 피고, 잎이 돋고, 무성해진 잎들이 단풍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모두 낙엽으로 졌다가 다시 꽃이 피고 잎이 돋는 순환의 과정이 사실적인 동시에 환상적이다. 계절에 따라 쉼없이 변화하는 나무의 모습을 통해 시간에 따른 자연의 순환을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은 작가가 대학 시절 큰 영감과 영향을 받았던 색채이론 교수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전시장에서는 관람객이 영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품과 기술,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몰입하게 하려는 게 작가의 의도다. 전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