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범죄' 말로만 엄벌

기소 396건 중 구속 18건
자가격리 8차례 위반자 풀어줘
의료진 폭행해도 집행유예
정부가 ‘코로나19 사범’에 대해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실형이 아니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수준이 높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범죄 억제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올 들어 역학조사 방해, 허위사실 유포 등 코로나19 관련 범죄 혐의로 기소한 건수는 지난 3일 기준 총 396건이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악의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방역을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 구속수사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는 등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실제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긴 건수는 18건으로 전체 기소 건수의 4.5% 수준이다.법정구속되는 경우도 매우 드문 편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자가격리 기간 장소를 무단 이탈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수차례 당국의 방역 지침을 어겼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데 그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7월 보건소로부터 자택격리 조치를 받은 지 2시간 만에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등 여덟 차례에 걸쳐 주거지를 이탈해 식당, 편의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범죄”라면서도 “(A씨가) 반성하는 점과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아 추가 전파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단순 자가격리 위반의 경우 대체로 벌금형에 처한다.

의료진이나 경찰 등의 업무를 방해한 사범에게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7월 코로나19 관련 검사를 받던 중 의사와 간호사를 폭행한 B씨에게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코로나19가 엄중한 속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감안해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범죄억제 효과를 보려면 더 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변호사는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평소보다 가중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