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IT 인사이드] "싸이월드는 평생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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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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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터넷 서비스는 끝난다
싸이월드는 승승장구했지만 2010년대 이후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SK컴즈에서 독립한 싸이월드를 인수한 것은 공교롭게도 프리챌 창업자인 전제완 씨였다. 그는 ‘싸이월드 3.0’을 내세우며 재기를 꿈꿨지만 현 상황은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프리챌과 싸이월드뿐만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2000년을 전후로 우후죽순 생겨난 수많은 국내 포털, 커뮤니티 사이트 가운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가 전부다. 엠파스, 드림포스, 한미르, 네띠앙 등 한때 인기를 끌었던 사이트들 모두 자취를 감췄다. 앞서 생겨난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하이텔을 운영하던 KT는 2004년 출범한 자사 포털사이트 ‘파란’에 하이텔을 통합시켰다. 네이버, 다음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파란은 2012년 문을 닫았다.PC통신 시절을 포함해 40년 남짓한 기간을 돌이켜볼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무리 사용자가 많고 인기가 있는 인터넷 서비스라도 흥망성쇠를 겪고 언젠가 끝이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대개 인터넷 서비스 종료 시점에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서비스가 끝났다는 얘기는 사용자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다는 뜻이다. 싸이월드가 화제가 됐던 것도 그만큼 사람들이 싸이월드의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디지털 암흑시대'로 기록될 수도
최근 십여 년 동안 통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정보가 인터넷 서비스 안에 저장되고 있다. 대다수 사람이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영상은 유튜브에, 글은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고 있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데이터 수집을 위해 더 많은 자료를 클라우드에 올리도록 유도한다. 과거 하드디스크에 보관하던 사진도 지금은 구글포토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올리는 일이 흔하다.인터넷 정보 전달 기술 TCP/IP 프로토콜을 개발한 ‘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 박사는 ‘디지털 암흑시대’를 경고한다.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금이 되레 ‘기록되지 않은 암흑의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거창하게 인류의 역사까지 갈 것도 없다. 당장 싸이월드가 사라질 경우 2000년대 초중반의 추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어느 순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문을 닫는다면? 전 세계 수억 명의 기록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잊힐 권리’ 못잖게 ‘잊히지 않을 권리’의 보장도 필요하다. 서비스 종료 시점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개인이 인터넷 서비스에 올려놓은 데이터를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의식 변화 또한 요구된다. 종이 서류나 책, 사진첩을 관리하는 것처럼 디지털 기록물도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란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