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새로운 가치사슬 만드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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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제조' 수준에 머물지 않겠다는 中‘쌍순환(雙循環).’ 중국에서 국내 순환(내수)과 국제 순환(수출)을 통칭하는 이 말은 우리 표현으로 옮기면 ‘이중순환’이다. 당 중앙 정치국 회의(7월 30일)에서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국내·국제 상호 촉진을 통해 새로운 발전 구조를 만든다”고 의결하자 뜨거운 경제 이슈가 됐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14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14·5계획)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내수확대·고부가가치화에 기회 있을 듯
박한진 < KOTRA 중국지역본부장 >
쌍순환 전략은 생산·분배·유통·소비 전반에 걸쳐 국내시장 의존도를 높이고 새로운 가치사슬을 형성해 성장 모델을 전환하는 것이 지향점이다. 그 핵심은 내수 확대다. 내수는 투자와 소비로 구성된다. 그중 하나는 과하고 다른 하나는 부족한 게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다. 투자율은 40%를 웃돈다. 미국보다 20%포인트, 신흥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민간소비는 정반대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2019년 38.8%)이 세계 평균치에 못 미친다. 소비가 부족한 것은 높은 총저축률(44.6%)과 관련 있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순환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는 것이다.그 원인은 오랫동안 지속해온 고(高)투자·고수출·저(低)소비 성장 방식에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세계의 공장’이 돼 ‘싸게 많이 만들어 많이 수출’하는 데 주력했다. 이 모델은 본질적으로 오래갈 수 없는 데다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예상보다 빨리, 더 강하게 왔다. 미국의 압박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쳤다.
중국의 전략적 인식은 더 이상 글로벌 가치사슬의 하단인 가공 제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수를 키워 국내 가치사슬을 재편하고, 국제 경제와 연결해 연구개발과 디자인에서도 고부가가치화하겠다는 것이 쌍순환의 구상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정책 방향은 이렇다. 첫째, 도시화 수준 제고다. 지난해 중국의 도시화율(도시거주 인구/총인구)은 60%다. 도시 호적(戶口)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45%에 못 미친다. 1인당 가처분소득은 도시가 농촌보다 2.6배 많다. 내수 확대를 위해 더 많은 인구를 도시로 흡수하려면 호적제도 개혁 확대, 교육·의료·양로 등 공공부문의 손질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다.둘째, 서비스업 비중 확대다. 올해 중국의 GDP 대비 서비스업 비중은 50% 수준이다, 선진국 평균치(70% 이상)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셋째, 전통산업 투자 비중은 줄이고 첨단 미래산업 분야는 집중적으로 키우는 방향이다. 최저임금표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개인소득세율은 내릴 수 있다. 사회보험은 회사 부담률을 올리고 개인 부담률을 내리는 방향이 예상된다.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경제를 분석하고 판단할 때 대개 네 가지 방법이 있다. 현재를 과거와 비교하는 역사비교분석법은 코로나19 위기를 글로벌 금융위기와 견줘 볼 때 유효하다. 1인당 GDP 증가세를 시계열로 보거나 선진국의 경험과 비교해볼 수도 있다. 경제 활동은 축적액과 변화액으로 구분하고 결합하기도 하면서 봐야 하는데 지식정보화 사회로 갈수록 변화액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이 더 중요해진다. 새로운 시장 기회도 여기서 더 많이 나온다. 이 밖에 회귀분석을 해서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추정해볼 수 있고, 자주 금값이 되는 돼지고기 가격 동향을 살펴볼 때는 주기분석법이 좋다. 가치사슬이 바뀌는 대전환기의 중국 경제와 시장 기회를 제대로 보려면 이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