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도 '빚더미' 올해 30兆 넘는다

올들어 5兆 늘어 '사상 최대'
세수·지방교부금은 급감했는데
코로나 재난지원금 앞다퉈 지출
사진=연합뉴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빚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만 5조원가량 증가해 10년 만에 사상 최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입은 줄고 있지만 경쟁적으로 지출을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7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지방정부 총채무는 3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19년(25조1000억원)에 비해 4조9000억원(19.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방정부는 들어오는 수입 범위 내에서 지출하는 균형재정이 원칙인데, 수입보다 더 쓰다 보니 채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방정부 채무가 30조원을 넘기는 것은 1997년 국가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지방정부 채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방재정 소요액이 늘어난 2010년 29조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이후 서서히 줄어들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지방정부의 빚이 크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세수 등 수입 여건이 악화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특히 중앙정부가 국세 수입의 일부를 지방에 내려주는 지방교부금은 2019년 57조7092억원에서 올해 50조2921억원으로 12.8% 줄었다. 코로나19로 국세 수입이 크게 감소하면서 지난 7월 2조원이 추가 감액된 결과다. 경기 위축으로 각종 지방세수도 덜 걷히고 있다.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자체 재난지원금을 편성하고 각종 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지출 소요액이 크게 늘었다. 지방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늘리면서 채무가 급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3~4월 지자체들이 인근 지자체의 코로나지원금을 의식하며 지출을 늘린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앙정부의 채무는 118조원가량 늘어 연말엔 8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는 올해 511조원에서 내년 593조원, 2024년엔 900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장관 승인 없애고 한도 4배까지
지자체, 채권 찍어 '빚 돌려막기'

지방정부는 올해 수입 이상으로 지출하다 보니 지방채 발행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었다. 중앙정부가 지방채 발행 억제를 위해 가하던 여러 제한을 풀어준 것도 지방정부의 빚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지방채 발행액은 8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4조316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역대 최대치인 2015년 6조777억원도 훌쩍 넘는다. 행안부는 올해 5조5605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지방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계획이 대폭 수정됐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제한하던 장치를 대거 없앴다. 우선, 지방채를 새로 발행해 기존 지방채를 상환하는 차환채 발행 한도를 기존 대비 네 배로 크게 늘렸다. ‘빚 돌려막기’를 허용해준 것이다. 지방채 발행 권한은 지자체장에게 줬다. 지난 4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지방채 발행 한도 기준(전전년도 예산의 10% 등)을 초과해 지방채를 발행하려면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협의’를 통해 할 수 있게 됐다.올해 지방채 대거 발행의 여파는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관리계획에서 지방정부 총채무가 2021년 31조9000억원, 2022년 33조4000억원, 2023년 34조원, 2024년 35조1000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방채 인수 예산을 올해 7000억원에서 내년 2조6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세 투입도 지방정부 재정악화를 막지는 못할 전망이다. 중앙정부에 대한 채무를 제외한 지방정부 순채무도 2020년 27조5000억원에서 2024년 29조6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한국행정학회장)는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채 발행이 급증하면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이 한순간에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결산을 통해 확보된 지방자치단체별 채무 규모를 살펴보면 서울시가 5조571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채무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채무는 부산이 75만3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