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위구르족 탄압 中 단체에 "감사합니다"…'뮬란' 크레딧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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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실사 프로젝트 영화 '뮬란'디즈니 측이 영화 '뮬란' 엔드크레딧에 위구르족 무슬림 강제수용소 관계 단체에 '감사'의 뜻을 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역사 왜곡 비판을 받고 있고, 홍콩과 대만에서는 '친중' 의견을 밝힌 유역비로 '보이콧'된 '뮬란'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됐다.
위구르족 탄압 중국 단체에 "스페셜 땡스"
인권탄압 논란 단체, 디즈니 '감사' 표현 논란
중국에선 "고증 부족해" 공격
홍콩·대만 "하나의 중국, 유역비 보이콧"
8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현지 언론은 "1998년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며 기대를 모았던 영화 '뮬란'이 내용이 아닌 크레딧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디즈니가 '뮬란' 스캔들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뮬란'은 본래 올해 3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반복해서 개봉이 연기됐다. 이후 디즈니 측은 북미 지역 개봉을 포기하고 지난 4일 디즈니+를 통해 뮬란을 공개했다.
이후 공개된 엔딩크레딧에서 디즈니 측이 위구르족 이슬람교도들을 강제 수용소에 수감하는 걸 도운 투루판시 공안당국과 위구르족 탄압과 관련된 중국의 단체들을 언급하며 "스페셜 땡스"(China Special Thanks)라고 감사를 표시해 논란이 제기됐다.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근 유럽연합을 순방했을 때에도 "유엔 감시단이 신장 위구루족 인권 상황을 독립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대표적인 대표적인 인권 탄압 사례로 꼽히고 있다. 디즈니 측이 "감사하다"는 뜻을 밝힌 무슬림 강제 수용소에서는 백만 명이 넘게 수용됐었고, 일부가 출소했지만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제 살균 캠페인을 펼치면서 2019년 위구루족 출생률은 24% 급락하며 "대랑 학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 측은 "디즈니가 대량 학살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과 함께 일을 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며, 심지어 이를 수행하는데 도움을 준 정부 부서에 감사를 표현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디즈니가 이 지역에서 '뮬란' 촬영을 해야했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국과 전 세계 여러나라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할만한 다른 지역이 많다. 그럼에도 '신장' 지역에서 촬영을 함으로서 디즈니는 반인도적 범죄를 정상화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지적했다. 더랩 역시 "여러 보고소에 따르면 수용소 일부 죄수들에겐 이슬람에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도록 강요하고, 중국 정부는 한족 남성들이 위구르족 여성들이 성폭행을 하도록 '대량 강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면서 디즈니 측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했다.
'뮬란'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남북조 시대 여성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뮬란'은 1998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큰 인기를 모았다.
큰 기대감 속에 영어와 중국어에 모두 능통하고, 액션까지 가능했던 중국 출신 미국 국적 배우 유역비가 주인공 '뮬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유역비가 '뮬란' 개봉을 앞두고 홍콩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SNS에 올리는 등 '친중' 성향 게시물을 올리면서 대만, 홍콩 등의 지역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나오게 된 것. 이 글로 유역비는 시위대에게 무력진압을 한 홍콩 경찰을 옹호했다며 비난을 받았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에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SNS에서는 '보이콧뮬란'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홍콩 시위를 주도했던 조슈아 웡은 자신의 트위터에 "디즈니가 중국을 옹호하고 유역비가 홍콩에서 경찰의 폭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인권을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이콧을 촉구한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서도 '뮬란'은 문제작 취급을 받고 있다.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리 '뮬란' 실사화 작업에 동아시아계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문화가 서양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오리엔탈리즘'으로 각색된 것. 시대적인 고증이 잘못된 것은 물론, 중국과 아시아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구글 검색도 하지 않았냐"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작품 자체의 완성도나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서도 부족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디즈니 영화가 아닌 "중국의 흔한 무협영화 같다"는 말도 나왔다. 미국 영화 평점 전문 사이트에서 '뮬란'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78%다.한편 '뮬란'의 국내 개봉은 본래 9월 10일로 확정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오는 17일로 변경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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