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귀성길도 멀기만…추석 열차표 예매 불만·포기 속출

전체 좌석 50%만 판매해 수만명 접속 대기…열차 이용 귀성 포기자 다수
별도로 전화 예매한 노인·장애인은 역 방문해야 해 '불편'
"오전 7시 예매 시작 시각에 접속했는데 이미 접속 대기자 수가 1만명이 넘었어요.이른 아침부터 시간을 내서 시도했지만 결국 표는 못 사고 여러 시간대에 예약 대기만 걸어뒀어요".
경기도에 거주하며 추석 때 대구에 있는 본가를 찾을 예정인 직장인 이모(33)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8일 시작된 추석 연휴 철도 승차권 예매가 너무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석 연휴 귀성 자제를 권고하고, 한국철도(코레일)도 창가 좌석만 예매하기로 하는 등 판매 좌석을 전체 좌석 200만석의 절반인 100만석으로 줄이면서 곳곳에서 혼선과 예매 포기 사례가 속출했다.

◇ 대기인수 수만명…서버 일시 먹통 되기도
이날 오전 7시 시작된 추석 열차표 예매를 위해 일찌감치 코레일 사이트에 접속했던 시민들은 사이트 서버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돼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경부선 열차표 예매를 위해 사이트에 접속했던 직장인 김모(28)씨는 "오전 6시 50분께 PC로 코레일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서버가 5분가량 다운돼서 당황했다"며 "모바일로 접속해야 하나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쯤 다행히 서버가 복구돼 예매에는 차질이 없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코레일 서버 터졌다", "코레일 서버 먹통 됐다" 등의 불만 섞인 게시물이 여럿 게시됐다.

직장인 현모(27)씨도 "서버가 다운된 후 계속 새로 고침을 하다가 접속했을 땐 이미 내 앞에 1만5천명이 접속 대기 중이라는 화면이 떴다"며 "30분 넘게 기다려 겨우 표를 예매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원하던 시간은 못 잡았다"고 말했다.서울에 사는 직장인 배모(29) 씨는 "아침 7시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대기 번호가 5천900번이 떠 2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며 "확실히 표가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었고 예매가 평소보다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혼자 서울에서 부산으로 귀성하는 대학원생 이모(27)씨는 "매년 명절 기차표 예매 때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인터넷 예매 창이 열리는 오전 7시 정각까지 대기하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많이 몰렸는지 빈 화면만 나오고 페이지가 아예 뜨지 않았다"며 "7시 1분에 뒤늦게 들어갔더니 이미 1만7천명이 대기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7시 40분이 돼서야 겨우 접속이 됐는데, 연휴 시작 전날인 29일은 이미 낮부터 저녁까지 기차표가 모두 매진돼 있었다"며 "예전 명절 때도 워낙 사람이 몰려서 30분쯤 기다리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표를 못 잡은 건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광주에서 일하는 신모(26)씨도 "본가가 서울에 있어 부모님도 뵙고 함께 명절을 보내기 위해 서울로 갈 예정이지만 기차표 예매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신씨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걸 알지만 혹시라도 실패해 명절을 혼자 보낼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라며 "대신 기차 시간대를 늘려주는 방식 등으로 보완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좌석 수가 줄었어도 평소보다 기차표 예매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7년째 매년 추석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예매해온 안모(27)씨는 "오전 7시에 접속했을 때 평소처럼 대기 인원이 3천명 정도 있었지만 원하는 표를 예매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부산에 사는 부모님을 뵙기 위해 이날 표를 예매한 대학생 김모(25)씨는 "주변만 봐도 코로나19 때문에 고향에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열차 좌석이 반토막 났는데도 큰 어려움 없이 예매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예년보다 예매가 수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6)씨 역시 "일이 바빠서 어머니께서 대신 예매를 해주셨다"며 "평소 티켓팅을 잘하지 못하시는 어머니께서 수월했다고 하시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몰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열차 귀성 포기하겠다"도 속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올해는 추석 때 기차 이용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모(30)씨는 "원래는 추석이나 명절 때마다 부모님을 뵙기 위해 대전행 기차표를 예매하고는 했는데 올해는 대전에 가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부모님께서 코로나가 걱정된다며 올해는 본인들께서 승용차를 이용해 서울에 오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거주 취업준비생 강모(26)씨는 "매년 목포행 KTX를 예매해 고향에 가곤 했는데 올해는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조모(33)씨는 승차권 예매를 애초에 포기했다.

그는 "이전에도 예매를 한 번에 성공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표 물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연휴 시작 전에 휴가를 내서 자가용 승용차로 고향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미추홀구에 사는 이모(38)씨도 이번 추석에 고향인 부산까지 열차가 아닌 자가용을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코로나19 감염 걱정으로 4세 아들과 함께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열차나 버스를 이용하기가 찜찜했다는 이씨는 표까지 매진되자 아내와 상의해 자가용을 이용하기로 했다.

부평구에 혼자 사는 김모(31)씨도 추석에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는 것을 포기했다.

평소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이용하던 KTX 표 예매가 어려운 데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무리해서 내려오지 말라는 부모님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도권의 코로나19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먼저 이번에는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며 "상황을 보아 가며 명절 이후 주말에 고향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온라인 서툰 노인들 불편도 불가피
승차권 예매를 100% 비대면으로 PC와 모바일 등 온라인에서만 진행하다 보니 정보기술(IT) 기기에 서툰 노인층의 불편도 불가피했다.

한국철도는 지난 1일 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우선 예매를 진행했다.

모바일 기기 작동이 서툰 노인들을 위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일반인과 별도로 예매를 하도록 하고, 선착순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예매도 받았다.

예매 결과 공급 좌석 19만9천석 중 3만1천석이 팔려 예매율 15.7%를 기록했다.

선착순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예매는 50.4%, 온라인은 14.6%의 예매율을 보였다.

전화로 승차권을 접수한 노인과 장애인은 9일부터 13일까지 반드시 역 창구에서 현장 결제하고, 실물 승차권을 수령해야 한다.

전화 예매를 했다는 한 어르신은 "천신만고 끝에 전화로 예약하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승차권을 받으러 역까지 다시 나가야 해 번거롭다"고 말했다.

◇ 한국철도 "시스템 다운 등 큰 장애 없어"
한국철도는 예매 경쟁이 치열해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예년과 같은 불편은 있었지만, 일주일간 시스템 조정과 테스트 작업을 거친 덕분에 시스템 다운이나 오류 발생 등 심각한 장애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철도는 열차 승객 간 거리 두기를 위해 추석 연휴에 운행하는 모든 열차 승차권을 창가 좌석만 발매키로 하고, 시스템 조정과 테스트 작업을 위해 예매 일정을 지난 2∼3일에서 일주일가량 연기했다.

오전 7시 예매 시작을 앞둔 시점에 최대 접속자 수가 21만명으로 지난해 추석의 24만명보다는 적었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예약발매 서버의 시스템 용량이 최대 61%, 웹서버는 최대 71%로 안정적인 상태"라며 "코로나19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안전한 명절이 되도록 창가 좌석만 판매하는 만큼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예약한 승차권은 9일 오후 3시부터 13일 자정까지 반드시 결제해야 한다.

13일까지 결제하지 않은 승차권은 자동으로 취소되고, 예약 대기 신청자에게 배정된다.(김주환 김치연 김정진 오주현 윤우성 최재훈 유의주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