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저녁풍경…포장마차 대신 화분, 골목마다 '길맥'

현장에서

밤 8시부터 대리운전 잡기 경쟁
영업마감 전 직원·손님 함께 식사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열흘째에 접어들면서 낯선 풍경이 일상이 되고 있다. 저녁 8시에는 ‘대리운전 부르기 전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이 시간대 서울 시내 식당에선 손님과 종업원이 함께 밥을 먹는 경우도 많다.

저녁 9시 이후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강남역 인근 등 오피스 밀집 지역에는 캔맥주나 커피를 들고 곳곳에 걸터앉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저녁 8시가 되면 영업 마감을 앞두고 식당 종업원과 손님들이 함께 식사하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4일 서울 성북구의 한 음식점 업주와 종업원이 저녁 9시 이후 밥을 먹다가 구청으로부터 2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가 알려졌기 때문이다.와인바와 레스토랑 등 체류 시간이 긴 업장의 주인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값비싼 와인과 코스 요리를 주문한 손님들을 시간에 쫓겨 내보내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말다툼이 벌어지거나 시비가 붙기도 한다.

지난 주말에는 마포역 인근 포장마차촌의 영업을 막기 위해 구청에서 포장마차가 있던 자리에 대형 화분(사진)을 놓으면서 집단 항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초저녁 대리운전 전쟁도 벌어진다. 대리운전의 피크시간대는 보통 밤 11시 안팎이었으나 요즘은 8~9시에 대리운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대리운전 6년차인 김모씨는 “저녁 7시부터 새벽 2~3시까지 하루평균 3~4회 접수했는데 지금은 8~9시에 겨우 한 대 뛰고 나면 일이 없어 수입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위기라는 혼란의 터널을 힘겹게 통과하는 가운데 반갑고 따뜻한 소식도 들린다. 서울 성수동과 안국동, 미아동 등 세 곳에 있는 카페 어니언은 지난 6일부터 ‘러브 앤 피스, 러브 위드 커피’라는 이름의 소상공인 돕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장 내 키오스크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수익금 전액을 지역 소상공인에게 기부하는 행사다. 어니언 측은 “작은 마음들이 모여 위기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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