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 끌고 갭투자 밀었던 구미, 이제는 깡통주택 걱정 [안혜원의 이곳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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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구미에 관광버스 몰려와
스타강사 찍어주기에 집값 수천만원에서 1억씩 올라
7·10대책 이후 매도가 급락…깡통주택 우려까지

조용하던 지방 소도시 경북 구미가 외지인들로 들썩였습니다. 읍·면 단위 시골 마을에까지 낯선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했습니다. 관광객들이냐고요? 아닙니다. 아파트를 사러 온 ‘갭투자자’들입니다.이들은 주로 공인중개업소를 돌며 쇼핑하듯 아파트를 사갔습니다. 집을 서로 사겠다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구미 현지인 집주인들이 매수자들 간의 경쟁을 본 후 계좌를 쉬이 내주지 않자 마치 경매처럼 그 자리에서 서로 200만~300만원씩 값을 높여 부르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스타강사 추천에 수백명 전세버스 대절…경매처럼 값 높여서 계약
상황이 이렇게되자 집값은 고공행진하며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씩 뛴 단지들이 나왔습니다. 구미 옥계동에 위치한 ‘현진에버빌엠파이어’ 전용 103㎡ 아파트는 8월 말 3억5000만원에 팔렸습니다. 1년여 전 2억19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과 비교하면 1년새 1억원이 넘게 올랐습니다. 36년차 오래된 아파트도 작년 말에 비해 매매가가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공단동 ‘주공4단지’ 전용 39㎡는 작년 11월 35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 7월에는 75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습니다.
거래량이 급증한 것도 4월이 지난 직후부터입니다. 거래량 통계를 보면 구미 아파트 거래는 4월 434건, 5월 898건에서 6월 1641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외지인 거래 비중은 더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4월 외지인 투자자들의 매입 비중은 21%에 불과했지만 4월엔 37%로 뛰었으며, 5월엔 43%로 상승했습니다.
공단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이모씨는 “이미 5월 초에 투자자들이 몰려들어와 6월쯤에는 매수할 만한 물건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며 “공단동 주공아파트들은 이미 5월 초에 외지인들이 전부 싹쓸이 해갔으며 작년부터 1년 내내 미분양에 시달리던 공단동 '효성해링턴플레이스'도 5월에 싹 다 팔렸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 집을 한 채, 구미 등 지방에 소형 주택 세 채를 가진 K씨는 최근 지방의 주택 모두를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한 전업투자자는 “갑자기 세 부담이 너무 커지니 다주택자들이 대부분 올해 안에는 지방 주택들을 정리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갭투자자들 지방 아파트 물건 정리…지역 실수요자들 '울상'
상황이 이렇다보니 꼭지에 집을 샀던 실수요자들은 울상입니다.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도 고민입니다. 구미 집값이 뛰었던 6~8월 동안 전셋값도 많이 뛰었습니다. 입주물량이 줄어든 탓도 있습니다. 하지만 갭투자자들이 전셋값이 올린 영향도 있습니다. 대표는 “투자자들이 내놓은 전세 매물이 갑자기 늘어 가격을 낮춰 세입자를 받자고 조언했더니, 그러면 다른 중개업소로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라”며 “투자자 1~2명에 전세 거래를 최소 5~6건을 하니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보증금을 올려 내놓자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중개업소들도 다 사정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합니다.이 덕분에 갭투자자들은 최대한 갭을 줄여 집을 많이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1억원만 있으면 갭을 1000만원으로 맞춰 10채씩은 매수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