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풍경사색'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대나무숲 속, 회색빛 줄기와 짙은 마디가 추상을 이뤘다. 줄기와 마디는 면과 직선이 되어 패턴과 같은 형상을 보여준다. 대나무와 숲을 담은 사진들로 한국적 미학을 드러내 온 사진가 김대수의 ‘대나무’ 시리즈 중 하나로 12일부터 열리는 ‘풍경사색’전 출품작이다.

김씨의 대나무는 사진이지만 먹으로 그린 추상화 같은 느낌을 준다. 대나무의 푸른색과 댓잎의 풍성함을 포기하고 선과 면으로 이뤄진 담백한 흑백의 풍경을 담아서 그렇다. 김씨의 작품은 또한 한국인의 정서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이라는 서양의 매체를 이용했지만 작가의 시각은 한국의 전통을 따라가고 있다. 고요한 대나무숲엔 관람자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으는 ‘중심’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원근법을 강조해 특정 부분을 부각시키지도 않았다. 멀찍이 떨어져 무심히 바라보는 한국화의 시점을 그대로 닮았다. 피사체의 가장 화려한 부분을 드러내기보다는,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담은 작가의 대나무숲엔 한국인의 심성이 녹아들어 있다. (한미사진미술관 9월 12일~12월 12일)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