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미래 알려면 中 텐센트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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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은행→증권→보험 닮은 행보지난 5월 전자상거래 기능을 대폭 강화한 카카오는 지난 8일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자체 드라마)'를 재단장하면서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해 막대한 회원수를 등에 업은 카카오는 최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 진출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 앱(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일상의 대부분을 해결하도록 만들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PC 기반 메신저 '큐큐(QQ)'로 사업을 시작해 게임, 결제, 금융, 은행, 보험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힌 중국 텐센트와 행보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시대 커머스·콘텐츠 사업 강화
미래 사업은 기술과 사람 '연결'에 초점
메신저 회원 등에 업고 게임·콘텐츠·금융까지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6년 인터넷 서비스업체 아이위랩(IWILAB)으로 출범한 카카오는 2010년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한 이후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보이스톡 서비스를 개시하고 2014년 카카오페이, 2015년 페이스톡,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 인수,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2018년 카카오M, 2020년 카카오페이증권을 잇따라 세우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결제→은행→증권→보험' 공식을 따라 금융업에 진출하고 광고와 쇼핑, 게임 등 비금융 투트랙 전략을 소화하고 있는 카카오는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의 행보와 꼭 닮은 모습이다.
1998년 설립된 텐센트는 PC 기반 메신저 큐큐(QQ)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으나 모바일 메신저(웨이신·위챗) 사업은 카카오보다는 한발 늦은 2011년 시작했다. 하지만 웨이신에 단순 채팅을 넘어 영상통화·음성통화·음성메시지 기능까지 갖춰 향상된 기능을 제공했다.2013년 간편결제 서비스 웨이신즈푸(위챗페이)를 내놓으면서부터 텐센트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쇼핑, 외식, 교통비 등 생활 기반 결제 서비스를 대거 도입하면서 가입자 12억명이 매일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플랫폼으로 컸다. 텐센트 시가총액은 현재 4조8300억 홍콩달러(약 742조원)으로 국내 주식시장 1위인 삼성전자 349조원의 2배가 넘는다.
카카오와 텐센트, 사람과 기술 '연결'에 집중
텐센트는 카카오의 후발주자였지만 거대 내수시장과 선제적 업종 다각화로 카카오를 빠르게 앞질렀다. 일각에선 2012년 텐센트가 카카오에 지분 투자를 한 것이 카카오의 사업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위챗과 위챗페이 영향력을 확대한 가운데 텐센트는 2013년 일찌감치 온라인 손해보험사 중안보험을 설립하고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를 선보였다. 2016년에는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글로벌 게임사 슈퍼셀을 인수하며 게임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쇼핑 플랫폼 샤오홍수와 핀둬둬에 지분투자도 했다.2017년 메신저 위챗에 '보험 서비스'를 추가하고 증권사 중진궁쓰(中金公司)에 투자해 금융업 진출에도 속도를 냈다. 이는 모바일 메신저 영향력을 키운 뒤 인터넷은행을 통해 예금, 펀드, 대출 서비스를 내놓은 카카오와 상당히 유사하다. 지난 5월 카카오 라이브커머스도 이미 대중화된 웨이신 라이브 방송과 비슷한 서비스다.
텐센트와 카카오는 미래 신성장 사업에서도 맥을 같이한다. 최근 텐센트는 5세대(5G) 시대에 발맞춰 주력 사업을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텐센트는 향후 5년 간 86조3000억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카카오도 지난해 AI 기반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전문기업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고 올해 첫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밝히는 텐센트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샤오룽 텐센트 부회장은 2018년 미래 사업 구상을 밝히는 자리에서 "위챗의 미래는 오프라인의 연결에 있다"고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사업에서 미래를 찾겠다는 얘기다. 위챗에는 인앱형 미니스토언인 '샤오청쉬(小程序·미니앱)'가 있다. 일일 사용자만 3억명에 달한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