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으로 변신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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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의 슬기로운 커피생활 9커피가 맛있고 매장 분위기만 좋다면 1만원짜리 커피 한 잔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던 '커피족'들이 요즘 갈 곳을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때문이다. 입맛 까다로운 이들이 아쉬운 마음을 달랠 곳으로 편의점이 떠오르고 있다. 바리스타 점주가 직접 내린 커피를 판매하고, 편의점 판매용 스페셜티 커피도 등장했다.
바리스타 자격증 딴 이마트24 점주가
스페셜티 커피 직접 내려줘
재택근무족 등 몰려 커피 매출 30% 증가
'힙지로 호랑이라떼'를 전국 CU서
세븐일레븐은 베트남 콩까페 아이스크림 판매
편의점에선 '셀프 서비스'가 상식이다. 하지만 이마트24 일부 점포는 이런 상식을 깼다. 바리스타 점주가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이마트24는 점주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도록 유도해 '바리스타 커피 전문 점포'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 5000개 점포 중 290곳의 점주들이 바리스타 자격 소지자다.
이마트24 서울 성수대우점을 운영하는 김은혜 점주는 인근 점포 점주의 추천으로 올해 3월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단골이던 출근길 테이크아웃 커피 손님들이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이후 이용자는 큰 폭으로 늘었다. 8월 한 달 간 판매량은 2500잔. 월 평균(1500잔)보다 1000잔 더 팔았다.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난 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김씨 점포의 바리스타 커피 매출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30% 더 늘었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점포의 주요 이용자는 재택근무족 등 동네주민이다. 바리스타 점주가 직접 내리는 커피는 기존과 다른 원두를 쓴다. 100% 싱글오리진 커피로 예가체프G2와 케냐AA 중 선택할 수 있다. 커피 한 잔 가격은 에스프레소 1500원, 아메리카노 1500원, 카페라떼 2500원, 바닐라라떼 3000원이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보다 훨씬 싸다. 편의점 내 커피머신을 통해 셀프로 내려마시는 원두커피보다는 500원 비싸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의 RTD(컵, 캔 형태로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커피도 나왔다. CU는 지난 7월 '호랑이라떼'를 컵커피 제품으로 출시했다. 호랑이라떼는 2030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른 '힙지로'(을지로) 인기 카페 '호랑이'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다. CU와 호랑이 카페가 협업해 선보인 호랑이라떼의 지난 달 CU 매출은 전월 대비 20.8% 증가했다. CU는 오는 17일 대만 여행 필수 코스로 꼽히는 현지 커피 전문점 '85도씨'의 대표 메뉴인 소금커피도 RTD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디저트 전문점 '코코브루니'와 협업해 '세븐일레븐 코코브루니 콜드브루' 2종 을 출시했다. 겨울엔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핫커피로도 즐길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베트남 카페 브랜드 '콩카페'의 시그니처 메뉴 ‘코코넛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수도권 200개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다.
GS25는 커피 배달 서비스도 도입했다. 배달앱 요기요를 통해 GS25 점포에서 판매하는 원두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요기요와 제휴를 맺은 GS25 점포는 3900개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의 커피 배달 주문건수는 전월 동기 대비 88.2% 늘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