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뜨거운 감자' 이스라엘-UAE 협약에 입장 못 정해

장관급 화상회의 열었지만, 공동 선언문 도출 실패
아랍 이슬람권의 대표적인 국제 조직인 아랍연맹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평화 협약(아브라함 협약)과 관련해 통일된 입장을 내지 못했다. 아랍연맹은 9일(현지시간) 오후 화상으로 장관급 회의를 열어 평화 협약에 대한 입장을 조율했다.

회의를 마치고 호삼 자키 아랍연맹 사무차장은 기자들에게 "해당 논점(평화 협약)을 포괄적으로 심각하게 장시간 논의했다"라며 "그러나 결국 팔레스타인이 제안한 내용으로 공동 선언문을 도출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회의에 앞서 아랍연맹이 이스라엘과 UAE의 평화협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면서 초안을 제출했다. 대의 상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 이슬람권 대부분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터라 미국이 주선한 이번 평화 협약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아랍권은 아니지만, 이란은 이를 '팔레스타인과 이슬람에 대한 배신'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아랍 이슬람권의 지도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평화 협상에 대한 찬반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과 관계를 고려해 이스라엘 국적기의 영공 통과를 허용하면서 간접적인 지지를 표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를 기준으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이 이행돼야 한다는 게 사우디의 태도다.
아랍연맹이 이날 입장을 하나로 정리하지 못한 데 대해 해석이 엇갈렸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팔레스타인이 아랍연맹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라면서 아랍연맹이 팔레스타인이 제출한 결의안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랍연맹 회원국은 이스라엘과 수교하기로 한 UAE를 규탄하기를 거부했다"라고 해설했다.

로이터통신은 '팔레스타인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지를 얻어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의 주권국가 수립을 전제로 한 2국가 해법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리야드 알말리키 외무장관은 "우리는 1967년 전쟁 이전을 경계로 한 2국가 해법을 선언한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를 (UAE가) 위반한 것을 명확히 규탄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관철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UAE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려는 데 대해 아랍연맹의 지지나 용인을 얻어내지 못하도록 하는 데는 성공했다"라고 자평했다.

평화 협약 당사국인 UAE의 안와르 가르가시 외교담당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한 합의는 독립적 주권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평화협약은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팔아넘긴 게 아니다. 우리의 자주적 결정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땅을 병합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는 평화를 향한 큰 성취다"라며 이스라엘과 화친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