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불리는 곳 [인사이드 베트남]
입력
수정
"푸켓, 발리 잡겠다" 정부 차원 개발
빈,썬그룹 등 베트남 재벌 총출동, 16조 투자
5년 만 땅값 세배로, 길 내기도 전에 리조트 우후죽순
코로나19 직격탄…매물 쏟아져
투자 기회 VS 추가 하락 관망
베트남 정부는 푸꾸억 개발에 이례적인 열정을 보였다. 푸꾸억 신공항을 외국 원조 없이 완성한 것만 봐도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프랑스 식민 시절 독립투사들의 유배지였던 국토 최남단의 섬이 주목받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베트남 정부는 푸꾸억을 동남아 물류의 허브로 만들고 싶어했다. 푸꾸억의 총 면적은 590,000sq km로 싱가포르와 거의 비슷하다. 지리상으로도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요로에 위치해 있다. 싱가포르가 해양쪽에 치우쳐 있고, 홍콩은 대륙에 붙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푸꾸억의 장점이 뚜렷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 푸꾸억을 오가는 비행기는 하루 70편 정도였다. 한국,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캄보디아, 싱가포르,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과 직항이 연결됐다. 푸꾸억에서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의 관문 공항에 가기 위한 시간은 최대 2시간 이내다. 베트남 정부의 계획은 ‘2030 푸꾸억 마스터 플랜’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푸꾸억 국제공항은 피크 시간대에 20대의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예상 방문자 수는 약 700만명이다. 항구를 통한 수출입 물량은 연간 27,600t에 달할 전망이다.
푸꾸억에 대한 마스터 플랜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기획하고 실행되고 있다. 다른 관광지 개발이 지방 정부 관할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베트남 정부는 푸꾸억의 주요 개발지들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덕분에 푸꾸억 주요 관광지에 약 600개의 숙박 시설이 지어졌다. 호텔과 리조트 등이 제공하는 룸은 약 2만개에 달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2만개의 객실 중 5성급 이상 룸만 1만20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푸꾸억은 베트남 최초로 내국인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빈그룹이 골프장과 함께 만든 사파리는 아세안 국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썬그룹이 본섬과 곁에 붙은 작은 섬을 연결한 해상 케이블은 세계 최장이다. 빈그룹은 대규모 아쿠아리움을 건설 중이고, 아세안 최대 규모의 면세점도 푸꾸억에 들어설 예정이다. 빈, 썬그룹과 함께 베트남의 건설 재벌 중 하나인 BIM그룹은 삼성C&T와 함께 연간 4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워터파크를 지을 계획이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에 진정 국면이 찾아왔다. 베트남 국회가 푸꾸억을 SEZ로 지정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푸꾸억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반토막이 날 정도로 급락했다. 이제 외국인들이 투자할 수 있을 만큼 푸꾸억 자산 가격이 ‘정상’으로 되돌아 왔다는 보도가 연일 베트남 언론에 등장했다. 푸꾸억의 SEZ 지정 좌절은 베트남이 직면한 지정학적인 지위와 연관돼 있다. 푸꾸억을 포함한 3곳을 SEZ로 지정하는 법안은 2018년에 베트남 전역에서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베트남 지식인들은 ‘99년 토지 임차’ 등이 포함돼 있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의 공습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푸꾸억만 해도 사실상 중국령이나 다름없는 캄보디아 캄포트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중국은 캄포트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을 정도로 캄보디아를 중국화하는데 성공했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이 공유하고 있는 이 해역(국제적으로는 타이만으로 통칭)은 중국이 자국의 신실크로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관할로 두려는 곳 중 하나다. 하이퐁 인근 번돈은 중국의 역대 왕조들이 하노이를 공략하기 위해 ‘애용’했던 해상 공격로다. 나쨩 인근 번퐁 역시 베트남이 자국의 동해(남중국해)를 수호하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다. 베트남은 이미 2014년에 대규모 반중 시위 경험을 갖고 있던 터다. 푸꾸억에 대한 SEZ 철회는 이런 배경에서 결정됐다.
베트남 정부가 푸꾸억에 대한 SEZ 지정을 다시 재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푸꾸억은 지난 7월에 중앙정부에 도시로의 승격을 요청한 바 있다.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섬 단위 성(省)이 하노이, 호찌민과 같은 직할시로 승격된다. 베트남 최초다. 관광지로서 재조명될 게 자명하다. 베트남과 한국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30일 이내 베트남 방문은 양국에서 격리 면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푸꾸억을 코로나19 안전 구역으로 지정해 올 겨울 한국 여행객들을 잡기 위한 전초 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 초 전면 중단된 한국인 관광객 비자 면제도 푸꾸억에서 먼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입장에선 언제 푸꾸억에 발을 들일 것인 지, ‘타이밍’이 중요한 시점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