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덮친 태풍…깻잎 71%, 마늘 59%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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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KAPI 지수로 본 전국 농산물 가격장마와 폭염, 이어진 3개의 태풍으로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일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 Korea Agricultural product Price Index)’는 전일보다 11.5포인트 빠진 167.41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최고였던 지난 7일(179.82)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1년 전(109.89)보다 여전히 62.6% 높은 수준이다.
KAPI, 9일 기준 167.41 기록
'3년래 최고' 7일 대비 소폭 하락
강원·동해 등 작물 피해 극심
감자값 1232원 전년보다 31%↑
노지 재배 배추·양배추도 급등
한경·팜에어 KAPI는 농산물 가격 분석·예측 전문기업 팜에어가 작성하고 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하는 국내 최초의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농산물 가격 지수다. 국내 농산물 도·소매시장에서 거래량과 대금을 기준으로 상위 22개 품목의 거래 가격을 모두 1㎏ 단위로 표준화한 뒤 산출한다.
깻잎 마늘 호박 가격 많이 올라
지난 9일 팜에어·한경에 따르면 국내 거래 상위 22개 농산물 중 사과(-2.49%)와 부추(-20.52%), 무(-7.54%) 등 3개를 제외한 19개 전 품목의 가격이 1주일 전보다 올랐다. 상승폭이 가장 큰 5대 작물은 깻잎, 마늘, 호박, 상추, 오이였다. 깻잎은 전주 대비 70.8% 오른 ㎏당 9080원이다. 깻잎 생산 비중은 경남 밀양이 37.0%로 가장 높고, 충남 금산군(27.0%), 경북 경산(5.0%), 충남 논산(4.7%), 충북 옥천(4.5%) 순이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이유는 태풍 피해 시기가 수확기와 겹쳐서다. 이 밖에 마늘은 ㎏당 3963원으로 전주 대비 59.02% 올랐다. 호박은 전주 대비 40.45% 상승한 2302원, 상추는 37.32% 오른 4907원이었다. 오이는 34.54% 오른 2748원을 기록했다.전년 동월 대비로는 부추(-1.0%)를 제외한 21개 품목 가격이 상승했다. 대파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7.18% 오른 ㎏당 2360원으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배추(90.6%), 양배추(63.2%), 마늘(62.6%), 호박(50.4%)이 뒤를 이었다. 배추는 전남 해남, 강원 평창 인근 지역이 전국 재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노지 재배가 많아 태풍 피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배추 가격은 전주 대비 29.46%, 전년 동월 대비 90% 이상 오른 ㎏당 1562원이었다.
강원 등 동해안 지역 작물 피해 커
8월 말과 9월 초에 집중된 태풍 피해는 경남 경북 강원 등 동해안 지역에 집중됐다. 이 지역을 주요 산지로 하는 작물들은 피해가 극심하다. 감자값은 전년 동월 대비 31.33%, 전주보다 12.5% 비싼 ㎏당 1232원이었다. 경북 지역에 주요 산지가 몰려 있는 사과값도 낙과 피해로 전년 동월보다 54.69% 오른 ㎏당 3157원이었다.경기 지역에 산지가 집중된 부추는 태풍 등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고 생육 기간이 짧아 가격이 하락세다. 부추 1㎏ 값은 전주와 전월 대비 각각 20.5%, 41.9% 내린 2745원을 기록했다. 전남 무안과 함평에서 전국 생산량의 약 40%가 나오는 양파는 저장 양파 출하로 전주 대비 상승폭이 5%대에 그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8~10호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벼가 쓰러지는 등 침수 피해가 커 병충해를 막기 위한 긴급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초중순 수확하는 조생종 벼는 조기 수확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지난 7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추석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반’을 운영하며 주요 성수품의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 경영 안정과 소비자물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명절 전 주요 농산물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